" 엄마 나 그동안 비만 맞었쟎어?"
" 니가 언제 비만 맞냐? 우산쓰고 댕겼으면서!"
" 아 그게 아니고 시험보면 다 틀렸다고 작대기가 주룩주룩 비처럼 내렸다구?"
얼마 전에 기말고사를 본 딸이 나에게 그렇게 비만 맞은 시험지 애길 하는데
나는 이 아이 혹시 말로 표현을 잘 하는 영재가 아닐까 잠시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 근디?'
" 어 이번 시험지엔 눈이 막 내려?"
" 뭐 눈이 막 내려?"
그러니까 답이 맞으면 동그란 원을 크게 크게 그리니까 눈이 내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점수가 몇 점인데?"
" 응 사십 구점!"
울 딸은 비만 주룩 주룩 내리는 자신의 시험지만보다가 눈이 펄펄 내리는 시험지 점수가 49점이라고 나에게 보고 하였다. 아이고 이거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내가 얼굴 표정관리가 안된다. 그렇다고 그것도 점수냐고 할 수도 없고. 그 동안 눈이 내리는 다른 아이들 시험지보고 얼마나 부러워 했을까.
어이구구 울 딸 공부를 많이 했구먼 애썼다. 다른 과목은 잘 봤냐? 했더니
달랑 한 마디
" 눈 두 개! 주룩 주룩 비만 맞았어?"
나도 무슨 대답을 하긴 해야 겠는데
" 어 그럼 빵점은 아니니까 다행이지.." 내가 이말을 하니
울 딸 아무렇지 않게 뒤로 벌러덩 누워버린다.
바깥으로 나가더니 복순이랑 장난하면서 논다.
순님이가 너무 늙어 이젠 제대로 눈도 못 뜬단다.
엄마 개도 늙어? 이렇게 물어보던 아이였는데
마루에서 울 딸 큰 소리로 그런다.
" 엄마 개 사료도 눈처럼 똥그랗다아?'
헤헤..
아직 영재가 아니다..울 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