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늘 가는 도서관엔 매점이 없다.
음료수 자판기와 커피자판기만 나란히 있는 휴게실이 있다.
여기서 우연히 한 아이가 책을 읽고 있었다. 초등학교 3-4학년 쯤 되 보인다.
그리고 아이 옆엔 엄마가 앉아서 묻는다.
" 줄거리가 뭐야?"
" 느낌이 어때?"
" 독후감도 써 봐?"
아이는 남자 아인데 순순히 엄마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다른 동화책이 몇 권 더 포개져 있었다.
아이가 책을 앞으로 뒤로 몇 번 살피더니 다 읽었다고 얼른 다른 책으로 바꿨다.
이번 엔 한국의 역사라고 제목이 언뜻 보였다.
옆에 있던 엄마는 과제물을 살펴보더니 그건 나중에 읽으란다.
아마 학교에서 몇 권을 읽어서 숙제를 해오라는 독서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커피를 홀작 홀짝 마시던 나랑 우연히 그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 애가 책을 많이 읽었나봐요?" 얼결에 나도 모르게 말을 붙였다.
" 글쎄 요즘 학교에선 이렇게 책을 읽으라고 목록을 보내요. 한 학기에 몇 권식 읽었나
독후감도 써 내야 하고 줄거리도 알아야 되고 애 혼자 하기엔 너무 어려워요?"
날씨가 참 좋은 가을날에 일요일인데 어디 바람 좀 쎄고 돌아다니고 싶은데 애 숙제가 엄마 맘에 걸려서 그냥 도서관에 같이 나왔단다. 엄마가 나와 애기하는 동안 어느새 빠져나가 아동실에 있던 만화책을 빌려 와선 엄마 옆에서 본다고 한다. 아이 엄마는 처음엔 안된다고 하더니 나중엔 그건만 보고 다시 숙제 과제물로 내준 책을 읽으라고 했다.
아이엄마는 또 나랑 수다를 떨었다. 자긴 요즘 애들 학원 보내는 것도 중단하고 애들과 같이 현장체험도 같이 해보고, 같이 책을 읽고 그런지 얼마 안된단다. 그런데 잘 모르겠단다 . 뭐 특별하게 애가 잘하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애즐을 보면 학원 안보내서 혹시 뒤처질까 걱정되고 그런단다. 그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나중에 큰 인물이 되길 원한단다. 그러면서 나보고 울 애들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먹고 사느라 바뻐서 울 애가 나중에 뭐가 될 거냐고 묻지도 못했다고 했다. 지금은 현재 고3이고 곧 전문대학에 진학해서 취업을 할 계획이 있다는 내 애길 듣더니 대번에 그런다.
"그런대학을 나오면 누가 잘 안 알아 주던데?"
" 아 그래요 ? 그럼 할 수 없지요 뭐? 지가 좋아서 간다고 하니께!"
그 엄마는 또 물어본다. 아이가 원래 그림을 잘 그렸느냐? 무슨 학원을 다녔냐? 등등 자잘한 것읋 물으니 나도 그 질문에 내 기억을 더듬어 보니 특별나게 뭐 해준게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애들을 방치한 건지. 방목한 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은 애들끼리 그런다.
우리가 알아서 스스로 컸다는 애기도 한다고 했다.
자긴 애들이 가만히 있으면 뭐라도 꼭 시켜야 맘이 놓인단다. 나도 그 말에 동감은 한다.
그러나 곧 그게 아닐거라고 했다. 사실 엄마가 더 조급하고 빠른 결과를 얻고 싶어서 그럴지도 모르는 심리전이라고 했다.
내 애길 듣던 그 엄마는 얼굴에 환하게 웃는다. 그 사이에 만화책을 다 봤는데 또 봐도 되냐고 했다. 그러라고 한다.
' 오늘 일요일인데 도서관에 책 보러 오셨어요? "
" 아뇨..그냥 심심해서 왔어요 헤헤"
애들 키울 땐 책읽기 제일 좋은 방법은 애들을 심심하게 하면 할 수없이 놀고 놀다보면
책읽고 그러다보면 습관이 된다. 그 전에 엄마가 할 일은 절대 재촉하거나 조급증을 내면 하나마나다. 아이들한테 제일 좋은 모델은 바로 엄마다. 책 읽는 척이라도 애들 앞에서 하면 애들은 한 번 두 번 일상에서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책과 가까이한다. 그리고 일기에다가 책을 읽엇다고 독후감을 쓰라든가 그런거는 학교에서 배우는 일이니 나름 엄마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스스로 자신의 시간관리를 할 줄 알게 된다.
애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길을 찾아 갈 때까지 부모는 많은 인내와 끈기와 기다림을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될 수있슴 애들 방에 따로 피씨를 주지 말라고 했다. 아직 울 집엔 피씨가 없어도 컴퓨터 못하는거 없다고 했다.
나도 참 심심해서 도서관에 와서 이렇게 수다를 떨 줄 몰랐지만. 다들 바쁘다고 하는 세상인데 가끔은 심심한 때가 있어야 충전이 또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