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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에 걸렸던 울 아들 애기


BY 천정자 2010-10-13

초등학교 땐 울 아들이 학교에 가면 온 동네가 조용하다고 했다.

대신 학교는 울 아들 땜에 하루도 조용하게 일  없는 날이 별로 없었다.

내가 이 눔 때문에 학교에 불려간 것도 세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다보니 이젠 또 뭔 짓을 저잘렀나?

가슴이 새가슴처럼 콩당콩당 뛰었다.

 

아들은 무척 산만해서 나도 집에 데리고 있을 때 내가 한 말은 늘 똑같은 말

"제발 좀 가만히 있어봐라?"

심지어 잠 잘 때도 부시닥거리고 자느라 아침마다 책상 밑에 머리가 껴서 빼주는 것도 일이고

밥 먹을 때도 집중을 못 해, 그러니 늘 혼나는 것이 울 아들이었다.

 

하루는 학교에서 나보고 또 오란다. 오라니 나는 가슴이 또 오그라들고 죄인처럼 학교에 갔다.

" 다름아니라 애가 놀아도 꼭 난간이나 위험한데서 아슬아슬하게 놀아요. 그래서 무슨 사고가 나도

우리 학교 입장에선 보장 해 줄 수가 앖어서 어머닝에게 이 부분을 각서로 확인하려고 오시라고 한 겁니다"

 

학교의 양호 선생님이 나를 부르신 것이다. 그러니까 아들이 학교에서 놀다가 다쳐도 자기네 책임이 아니니

학부모로서 그걸 고지 받은 것을 각서로 써서 달라는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각서를 써서 제출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시간은 한 달을 준단다. 그러니까 학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그 각서를 써서 제출하는 시간이 한 달이나 되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애가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놀아야 되는 것이고

천방지축에 산만의 극치를 내 달리고 있는 애를 개처럼 교실책상에  묶어 놓으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하니 나도 참 답답하고 한심한 것이다.

 

" 오죽하면 내가 또 아들 하나 더 낳을까봐 싶어 둘째는 제발 딸 좀 낳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했을까.

아무튼 학교에 내야 할 그 각서는 결국 쓰지 못하고 애라이 나도 모르겠다 그러니 니 몸이나 잘 간수해라.

학교에서 왜 각서를 갖고 오지 않냐고 물어보면 엄마 디게 바쁘다고 해라 등등 울 아들 앉혀놓고 그러니 니가

학교에서 조용히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엄마가 이 고생을 하것냐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앞에서 하소연을 해야 했다.

 

울 아들은 들은 등 마는 둥 지 일이 아닌듯이 학교를 다녔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서 돌아온 울 아들 왈

"엄마! 그 각서 안 보내도 된대?"

' 아니 왜?"

 내가 그 후로 연락이 없으니 다시 재촉하기도 좀 그렇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학교에 간 애들이 학교에서 노는데, 어딘 책임을 져주고, 또 어디는 안된다는 법은 없고, 나도 이 눔한테 꼭 운동장에서만 놀으라고 지시한 들 말을 잘 들어 주는 학생이 아니라는것을 학교가 더 잘 아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한 것이다. 

 

그 후로 학교에서도 좀 미안한 것인지 전화도 오라가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모여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데.

그 때 새로오신 교장선생님이 나보고 그러신다.

' 아 그 놈이 그렇게 산만한디 어떻게 학교 도서관에 책은 거의다 읽었어요 글쎄? 참 신통한 놈입니다"

 

공부는 지지리 못하는데 졸압 할 때 유일하게 받은 상이 다독상이다.

나도 이 놈을 보면 참 신기하였다. 책 읽을 때의 모습을 보면 방바닥에 배깔고 책은 들고  뱅뱅 돈다. 저게 책을 읽는 건지 책을 갖고 노는 건지 헷갈렸다. 한 여름에 그렇게 더운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무슨 책을 읽는 것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엉덩이가 들석들석해도 책은 손에서 떼지 않고 보는 것이다.

 

하도 산만해서 병원에 갔더니 주의력결핍장애라고 했었다. 딸아이도 그 당시 아퍼서 치료받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들은 또 희안한 장애에 걸렸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 의사선생님이 그랬다. 이런 병은 완치가 좀 어렵다고 , 그리고 다커서 성인이되도 좀 휴유증이 생겨 우울증도 걸릴 수도 있고, 또 뭐가 어떻고 저렇고 하는데, 우선 약물치료를 먼저 받으라고 해서 약을 몇 년 동안 복용을 했었다.

 

세월이 흘러 이 아들이 어엿하게 20살이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우려햇던 우울증이나 다른 장애는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취업을 하겠다고 면접을 보러 가더니 떨어졌다고 전화가 왔다.그래도 대학은 안간다고 하니 나도 이거 가라고 무조건 다그치지도 못하였다. 그러더니 직업전문학교를 알아본단다. 수능이나 내신이니 그런 거 아무상관없고, 적성검사를 통해서 합격 기준이 면접이 80%로 그런 학교가 있단다.

 

"언젠 니가 알아봐서 안 했냐? 한 번 니가 하고 싶은데로 해 봐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집에 합격통지서가 온 것이다. 그런데 전공과목이 뭔가 봤더니 "게임그래픽학과" 였다.

 

" 아니 맨날 만화책에 게임만 하더니 이젠 아예 나서는 거냐?" 이 말 하려다가 말았다.

합격통지서에 당당교수가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가 함께 동봉 되었다.

 

편지내용에

  -- 지금은 學曆보다 學力이 더 중요합니다. 어느대학을 나왔느냐 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주변에서 안타깝고 불행한 학생들을 너무 많이 보고 있습니다. 우선 부모님의 체면 때문에, 혹은 대학간판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에  정규대학을 고집하느라 집에서 먼 지방으로 대학을 가다보니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환경이 맞지 않아 고생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먼 거리를 통학하느라 몸도 지치지만 매일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리고 더 안타까은 것은 내신성적이나 수능성적에만 맞추어 부모님과 선생님이 학교를 선택하다보니  정작 학생은 전공에 흥미도 열정도 없다는것입니다. 그럭저럭 학위를 받고 졸업을 하지만 취업을 하기위해서 다시 학원을 다녀야하는 이중 고생을 하는 학생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의 자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야 좋은 성과도 기대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식들이 정말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이 편지를 읽어보니 대학입시에만  몰린 교육정책이 얼마나 허상인지 그대로 드러난 내용이었다. 울 아들이 중 3 일 때 고등학교를 왜 안가냐고 물었을 때 한 대답이 떠올랐다.

" 고등학교는 맨 천지인디 어디는 일류고 어디는 후지다고 그게 이상하다고"

' 학원 안다니는 애하고 학원 다니는 애하고 시험을 같이보는디 왜 점수는 똑 같어?"

 

교육을 받을 아이들이 보는 관점이 더 날카롭고 예리하다. 지금의 교육은 버블경제처럼 버블 학벌처럼

부풀리기 경쟁이 더욱 심하다. 요즘 정규대학이 절절 매는 일은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단다.

일부러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도 많단다. 중요한 것은 내신등급이니 수능점수에 맞춰 선생님, 혹은 부모님의 선택에 본인과는 전혀 안맞는 전공과목을 대책없이 선택하게 하는 입시정책에 전혀 이의제기를 안한다는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다.

 

어쨋거나 나도 울 아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아줌마로서 한 번씩  겪어 할 고3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울 아들의 장래가 또 어떻게 펼쳐질지 그것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