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엔 치매환자가 반, 중풍환자가 그 다음, 너무 나이들어 노환으로 오신 환자가 대부분이다. 좀 이상한 것은 노환으로 오신분들은 치매엔 강하신가보다. 정신력은 멀쩡한데 단지 몸이 마음대로 따르지 않는 병에 걸린 것 뿐이다.
아침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나는 일부러 환자 이름을 알아도 할머니 성함이나 나이나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
그럼 대답이 각양각색이다.
귀가 안들려 뭐라고 씨부렁거리노?
나이는 뭐할려고 물어쌌노?
오늘 혈압이 어떤 겨?
내 나이는 지금 곧 죽을 나이인디?
하이고 그냥 팍 꼬구라져서 죽어버렸슴 원 없겠다 하시는 분 일년 열 두달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시는 줄은 본인은 전혀 모른다.
' 할머니 제가 누구에요?"
" 글쎄 오늘 첨 보는 사람인디?"
내가 날마다 식사도우미를 하는데도 이 할머니 나를 볼 때마다
어디서 왔어? 고향이 어디여? 시집은 갔남? 이 말을 나를 볼 때마다 하신다.
가끔가다가 비가오거나 습도가 높아 꾸물꾸물 한 날은 병동에 파스냄새가 진동한다.
어깨가 쑤신다고 파스를 도배한 한 할아버지는 붙인데 또 붙여달라고 떼쓰고, 한 쪽 구텡이에 보따리 보따리 다 싸서 나 지금 집에 갈테니 아들한테 전화 해달라고 하루종일 졸라대는 할머니 옆엔 지팡이가 더 큰 키작은 할머니는 그래도 정신은 있으신가 아들 전화번호는 아느냐고 다그친다.
잘 걷지 못한다고 장애등급을 받으러 아들이 요양보험을 신청했는데.
건강보험 평가원이 할머니 침대 옆에서 묻는 질문이 다양하다.
' 어머니? 하루 품삯이 500원인디 이레 일하면 얼마 받아요?" 큰소리로 묻자
할머니 대답이
" 와 ? 열흘 일하면 오천원인디 이레는 뭐꼬?"
"긍께 할머니 칠 일 일하면 품삯이 얼마나 될까유?'
" 그거야 받아봐야 알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평가원이 또 다른 질문을 한다.
" 할머니 길 가다가 길을 잃었는디 누구한테 물어 볼 꺼예유?"
" 내가 길을 왜 잃어?" 할머니 대답에
평가원이 아니 그게 아니고 만약에 길가다가 모를 때 누구한테 물어 볼거냐고 했는데
할머니의 대답이 간단하다.
"그거야 길 아는 사람한티 물어 봐야지?"
잘 걷지 못한다고 보고서가 이미 들어간 상태인데, 할머니는 침대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턱 잡고
"나 지금 오줌마려운께 화장실 댕겨 올 께?" 하시더니
평가원 앞에서 지팡이를 잡고 휘청휘청 복도를 향해 걸어가신다.
나중에 큰 아들이 병실로 찾아오더니 어떨 것 같으냐고 평가원에게 묻는데
"글쎄요..걷는 것은 아직 괜찮으신 것 같고, 정신도 그 연세에 비하면 장애등급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라고 한다.
여러 환자들 한 병동에 같이 살아도 성격 다르고 태도 다르고 하다 못해 식사 습관도 모두 개성이 넘치신다. 밥을 꼭 김에 돌돌 말아 똑똑 가위로 잘라줘야 드시는 분도 있고. 물을 절대 못 먹는다고 버티시더니 술은 잘 잡수신다는 분 과거를 우연히 들어보니 그럴만도 하다. 너무 심한 알콜 중독은 또 다른 몸에 각인되어 샘을 고이게 했는지 모르지만
누워 있어도 손은 술잔을 따르고 건배를 하는 폼을 보니 그 습관이라는것이 참 무섭긴 무섭다.
오늘은 후덥지근하고 비가 오긴 와야 되겠는데, 낮은 기압은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팍만 더욱 쑤시게 하는 날이다. 이런 날 그냥 한 번 나도 한 말 또하고 또 새롭게 하는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어쩔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