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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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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누굴 찍을 겨?


BY 천정자 2010-06-06

지금은 말을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단다.

내 얼굴을 보면 착하게 생겨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지만

천하의 고자질쟁이에 수다쟁이라는 것을 내 주위에선 아무도 모른다.

 

사실 나는 익명성을 이용하는데 아주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얼굴도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는 관계로 그들과 같은 눈높이로 여론을 묻고 듣고 챙기고

하다보니 사실 나도 그들과 한 패가 되기도 하고

분노와 울분을 못 참으면 남의 흉을 보다가 하루 해가 짧은 적이 많다.

 

그나저나 그렇게 씨끄럽던 선거유세가 끝나도 여전히 온 동네가 소란하다.

한 할머니는 나보고 그런다.

" 그녁은 어디 찍을 건 감?"

 

선거 유세에 나서면 이런 것도 법에 걸릴 거라고 나도 기본적인 규칙은 들었지만

워낙 정신이 없는 관계로 그런 법이 있는지 없는지 통 몰라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었기에 간단하게 대답을 했었다.

 

" 아이그 뽑을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던디 그냥 지그재그로 찍어유?" 

그런데 이 할머니 제대로 말씀하신다.

 

" 그려 일 번이 그 동안 울 한티 해준 게 뭐여? "

 

선거 전날이 오일장이었다. 시장 가신다고 가는 길에 옹기종기 모인 버스정류장에 다닥 다닥 붙은 잘생긴 후보자들의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 선거 때 악수하면 뭣혀? 언젠가는 쇠고랑차고 테레비 나 온 게 가만히 보니 어디서 본 것 같더라구? 근디 내가 찍어준

시장인겨?"

' 나도 내가 찍은 대통령 테레비에 맨날 나오던디?"

모두둘 우하하 웃으신다.

 

" 근디 말여? 우덜이 뭘 모를 것 같기도 할 겨? 지덜 으리으리한 곳에 살면 이런 하찮은 곳에 사는 사람들 꼴같지 않음

모두 지덜 마음대로 움직여도 될 것 같은 가벼? 참말인디 그게  사람 쥑여도 우습게 여기더라 말여 아무렇지 않게 여긴께 광주에서도 그런일이 생기거고..'

 

한 분은 너무 오랫동안 딸기만 따서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 걸어도 뒤뚱뒤뚱 보이고, 한 분은 들깻잎 농사로 딸 둘을

시집보내고, 아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어 덜컥 외손녀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떠난 후 몇 년동안 전화만 온다고 하시는데.

그 아들의 주소지가 여기니 선거하려고 일부러 찾아 올리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말을 흐리면서도 내심 혹시나 하는 마음이 보이신다.

 

선거결과가 민심이 그대로 드러나 정말 뒤집어진 결과로 났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찍어준 선거결과인데도 불구하고 휴유! 안심은 하지만 영 떨떠름한 표정이시다.

왜그러시냐고 묻고 싶지만 나도 그만두었다.

 

보나마나 내 마음이 꼭 그렇다.

누가 되든 안 되든 일이 잘되고 못되고 그런 것보다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알았으면

얼른 사과와 조치를 취해주어야 서로 화해가 되고 소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전혀 뜻 밖의 결과라며 놀란 제스처는 취하지만

그 외 어떤 정책도 방향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되레 정확하게 원인규명을 원한다고 유엔안보리에 회부를 한다는 식이고.

사대강은 국민에게 희생을 한다는 식의 말바꾸기 정책으로 일관하고

아직 미디어법에 의거 불법을 저질렀다고 조사받고 처벌받은 국민들이 그냥 그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면

정말 우리가 어느나라 대통령인지 말이 이렇게 안통해도 이렇게 안통할까 싶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밀어준 인사가 잘 되서 맨날 테레비에 중계방송하는 것은 축하 해 줄 일이지만,

그 반대 일 경우엔 솔직히 내가 미쳤지 뭐에 홀려서 찍어줘가지고 이렇게 후회만 하면 그 뿐인가 싶지만,

그로 인해 역사에 오랫동안 교통사고 난 후 휴유증보다 더 심한 것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요즘 국가가 일등만 알아준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한 할머니의 말씀을 그대로 쓴다.

" 부부지간두  말 안통하면 못 살고 헤어지는 세상인디..왜 우덜 말을 못 알아듣는 겨? 뭔 지랄병이 났남?"

 

이상 대한민국 한구텡이 그 짝동네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