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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님 글보구 댓글 드립니다


BY 천정자 2010-03-28

울 엄마도 그래요

전화하시고 왜 넌 빨리 전화 안 받냐?

그 말씀에 전화 받고 있잖어? 대답하면

왜 넌 집에 전화 한 통화도 안 하냐? 늙은 에미가 꼭 전화해야 되냐? 이러시면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 엄마가 맨날 전화를 먼저 하잖어!"

성격도 급하셔서 말도 더듬어 가며 불같이 화를 내시는데

특히 며느리 흉 볼땐 더 심하십니다.

 

재가 만일 결혼을 안하고 지금까지 노처녀로 늙었으면 절대 모를 그 고부간의 갈등을

삼차전쟁을 치룬 큰 며느리로서 듣는 나에겐 하나 밖에 없는 올케의 흉을 전부

독점하고 있다시피 합니다.

울 엄마 딸인 나에게 실컷 흉보고 마직막 당부 말

" 니 절대 내가 이런 말 했다고 하지 마라 애들끼리  싸운다!"

 

나에겐 친정어머니이지만  동시에 남의 집 딸에게 시어머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 고부는 여전히 갈등이 주제인가 봅니다. 잠이 안온 다고 전화를 하시면서 또 며느리 흉 봅니다. 처음엔 듣기만 하는 저두 지겨웟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효도는  울엄마 왜 빨리 전회 안 받냐구 하는 전화받고 스토리 절대 변경없고 뻔한 막장 드라마 다시 재방송 보는 느낌으로 들어 줘야 한다는 운명적인 느낌이 팍 오는 것입니다.

 

저 울엄마가 흉보는 며느리한테 한 번도 울 엄마 애길 전한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 애길 들어 줄 수 있는  딸노릇은 할 수 있어도

엄연히 남동생의 아내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시누이라는 자리만 확실하데요.

 

지금도 울 엄마 하루가 멀다하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십니다.

그나마 전화를 못 받으면 그 다음날 추가로 한 이십분 며느리 흉이며 아들이 또 어디서 잘못해서 또 속상하다는 말을 들어줘야 전화 끊으며 하시는 말씀

" 야야 ..니 최서방에게 잘해라잉?"

 

울엄마도 나를 다른 집으로 시집 간 며느리인 줄 잘 아십니다.

그럼에도 그 속을 누가 다 들어줄까 싶고 말한들 말이 번져 탈나고 흡집 잡혀 어른체면 다 깍이는 경험 하신 분들 모르면 몰라도 참 많으실 겁니다.

 

전 지금도 울 엄마보고 며느리 흉 인제 그만 봐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

딸이 둘도 아니고 나 하나 딸이니 또 어디 말동무라도 하나 만들어 드리고 거기에다 실컷 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할 수없이 듣고 또 들어 줄 수 밖에요.

하도 들어 이젠 제가 그 스토리 다 외웁니다.

제가 한 번 그 애길 했더니

" 야 야 내가 언제 그 말을 했었냐? 난 처음 한 것 같은디.."

 

어휴! 늘 하는 말을 새롭게 잘 하시는 울 엄마보고 저 참 걱정되네요..

천상 나도 늙어서 아들한테 할 수는 없고 나도 딸 하나 있는데 이 딸 나한테 뭐라고 할까 상상를 하니 웃으만 나옵니다.

 

살구꽃님  글 보니 댓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렇게 본문으로 옮겼어요.

같이 늙어가는 어머니 하시는 말씀 그냥 들어줘야 하나봅니다.

저는 울 엄마에게 아주 만만한 딸입니다 . 헤헤 ..

등록
  • 정자 2010-03-30
    그래도 어머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계시잖아요..그 연세에 병원시설에 아무도 오지 않는 식구들 목 빠지게 기다리는 노인들 뉴스에만 안나오지 무지무지 많이 계십니다..오갈데없는 독거노인보다 훨신 나은 걸고 생각하셔유...헤헤..
  • 살구꽃 2010-03-28
    ㅎ 저도 외동딸여요..오빠는 3이고요,남동생 둘이고요..아주 제가 이젠 지겹고
    지치고,짜증나고 오죽하믄 제가 작년부터 혈압이 생겨서 혈압약을 먹는다니께요..친정땜시,스트레스받아서요.. 엄만 내가 딸이라 맘놓고 올케욕을 해대지만 지두 남의집 며늘이잖뉴..ㅎ 같이 맞장구도 쳐주다가 것도 한두번이쥬..이젠 그만 헐때도 됐구만..저도 올케보곤 싫은소리 한마디도 안해요..시누노릇
    하기싫어서..한들 말이 통하지도 않을거 같고.. 대신에 오빠에게 제가 예전엔. 지랄 했는데요..이젠 저도 오빠가 중간에서 힘든거 아니까..저도 참느라
    아주 죽겠시유..저도 승질이 지랄인년이..ㅎ 제맘 아시것쥬..예전에 제가
    쫓아가서 지랄떨고 울엄마,꼬박 2년 모시고 살아 봤시유.. 그러다가 오빠가
    다시 잘해 보겠다고 엄마델고 갔는데..사람이 안변하지유..천지가 개벽하는게 빠르지..친정은 저에게 아주 왠수중에 왠수구먼유..머리아퍼..
  • 정자 2010-03-30
    시누이 권리는 싸움 말리는 거라고 그래야 미움을 받느다나..헤헤..저두 한 자리는 분명히 있는데..그냥 지켜보는 것도 상책이라면 상책입니다..가족중에 안 늙는 사람 어디었요? 같이 살고 늙어가는 것이 가족인데 못살게 구는 것을 보면 알밤 콱 쥐어주고 싶어요..헤헤..애구 그나저나 생떼같은 아들들 물에 빠져 구조도 안 되는 상황을 보니 참 많이 마음이 아파유..잠도 안오고 그럽니다.
  • 아트파이 2010-03-28
    ㅋㅋㅋㅋ 그러게요. 저도 여기서는 며느리고 친정 집에서는 딸인데... 울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빠네...언니 그러니까..엄마에게는 며느리지요... 가끔 흉을 봅니다. ㅋㅋㅋ

    한참 듣다가 설득을 시키지요.... 내가 며느리 되어 보니 엄마도 만만치 않은 시엄니라고...ㅎㅎㅎㅎㅎ
    엄마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구요.. 그쵸? ^^;;
    딸이니까..그렇게 들어주고 마는 것이 자식의 도리 같기도 하구요... 그렇게 말하고 나면 스트레스 풀리잖아요...이후에 다시 며느리에겐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

    그냥...저도 한수 거들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