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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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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글쓰기


BY 천정자 2010-02-24

나는 정말 전문적으로 글쓰는 사람은 아니다.

어디서 글을 짓는 법이나 쓰는 법도 배운 적이 전혀 없다.

다만 세종대왕님이 발명한 한글을 읽고 쓸 줄만 안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어떻게 하면 잘쓸까 고민한적도 별로 없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쓰는데 불편함이 없고 쉽게 이해하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순전히 내가 이해 못하면 그건 내가 잘 못 쓴 것이고, 아무리 봐도 이건 모르겠다는 내용은 솔직히 더욱 쓰기 어렵다.

내가 이해를 해서 머릿속에 쏙 들어오고 기억이 잘 나면 그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잡식성으로 별 걸 다 본다.

읽다가만 책도 부지기수다. 음식은 편식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책을 읽는 것은 편식이 아닌 편식을 많이 한다. 그림이나 만화가 있으면 하루종일 인수분해하듯이 뚫어져라 봐도 지루하지 않다.

청소년 권장도서는 누가 읽으라고 추천한 책은 어떻게 더 읽기가 싫다.

무슨 일이든 시키면 하는 수없이 하는 경우처럼.

무슨 철학책을 맘 먹고 한 번 읽다가

주위가 산만해서 못 읽은 게 아니고 이해를 잘  못해서 도저히 내 머리속이

더 뒤죽박죽이 되니까. 더 헷갈리기 전에 그런 책은 과감히 내 목침 베개용이다.

책 재미없으면 수면제가 된다. 원래 잠퉁인디.

 

독서는 집중해서 잘 못한다.

원래 독서라고 하는 것은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것을 먼저 알게되어

나는 독후감을 쓰기 위한 독서는 질색이다.

그래선가 백일장이나 독후감 쓰기 대회나 하다못해 신춘문예공모나 단 한 번도 응모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런데에 제출하려고 글을 쓰면 어깨에 무게가 실리고 뒷목이 뻣뻣해진다.

누굴 의식해서 잘 보이려고 하면 이런 현상이 난다는데, 글쓰기도 남에게 잘 보이게 하려면 그 만큼 고된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더 부담스러웠다.

 

그러다가 인터넷시대가 바야흐로 열린 것이다.

메일도 나는 처음엔 피씨방에서 파는 물건 인 줄 알았다.

처음 피씨방 알바생에게 묻는 말

" 메일 하나에 얼마예요?"

신분증 갖고 왔냐고 하고 친절하게도 그 학생이 만들어준 메일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

나는 그 피씨방에 단골로 드나들어 회원으로 가입하고 내 메일을 만든 그 피씨만 사용했다.

거기서 만든 메일이 그 피씨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다른 피씨방을 간다는 것은 큰 일나는 줄 알았다.

이 사실을 빌게이츠가  세상에 단 하나의 메일과 단 한대의 피씨만 통한다고 알고 있었던 나를

알면 얼마나 배꼽잡고 웃을까?

 

인터넷시대는 나를 혼수상태에 시달리게 햇다.

소위 요즘 말하는 디지털시대에 왠 아날로그가 버벅대게 하니 신경질을 내고 짜증도 났다.

그래도 어떻게 자판하나 하나 찍던 병아리가 모이 쪼던 독수리가 되어  시간이 흐르더니

길이 나고 궁하면 통하다고 하더니 그게 딱 나에게 맞춤이 되었다.

 

하얀 도화지에 조잘 조잘 수다 떠는 것이 글쓰는 동기가 되었다.

내 주위엔 아직 이 피씨를 마주하고 나처럼 글을 쓰듯이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아직 별로 없다.

내가 이렇게 허공에 이어진 선이나 줄도 없이 온동네 소문 퍼뜨리던 말던 하다못해 울 옆집 할머니도

전혀 모른다. 말전질 잘못해서 삼자대면하자는 일도 없고 별 탈이 없는 공간이 나에겐 놀이터와 같았다.

 

요즘 글짓기 열풍에 논술에 글 잘쓰기가 대세다.

글 잘 짓는 사람이 성공을 한다 못 짓는 사람이 못한다 그런 책도 나오고.

논술고사를 잘 봐야 좋은 대학도 갈 수 있다는 세상이 되다보니

새로운 사교육도 팡팡 큰 소리치고 과외비도 상상도 못할 만큼 비싸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써요?

세상에 나보고 이렇게 묻는 댓글을 보고 나도 막연하게 준비없는 대답을 하자니

자신이 없다. 달리 국문학과가 대학에 있을까?

박사들이 글짓기 고수들이 이런 비법을 감춰놓고 알려 주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아직 대학을 가지 않아서 모르는 세계이지만 어느정도 책임은 있다.

 

새삼 요즘 내가 이 글쓰는 일에 고개가 숙연해지는 이유다.

밥벌이로 , 돈벌이로 . 명예를 얻기 위해서 글을 썼다면 나는 한 줄도 쓰지 못햇을 것이다.

내 인생이 하루하루 진주 목걸이처럼 꿰어 엮어 나가는데 기록이라면 기록이고

나만의 생활의 역사라고 메모라도 해 둬야 나중에 늙어 심심하면 아! 그 때 몇 살 때 뭐했나?

이런 정도의 자료파악을 하고 싶었다.

 

어린 손녀나 손자가 생기면 옛날 애길 들려주듯이 내 애길 읽어보라고 그 땐 그렇게 살았었지 등등 별 시시콜콜한 것들의 일상들이 나는 기억이 희미해져도 기록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니 노후에 심심하면 또 들여다 보고 회상하는 일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단 내가 원하던 안하던 내 글이 일파만파 번져서 다른 이에게 전달되고 공유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앞으로도 나는 내 생각을 표현하고 쓸 것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