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고3인디 뭔 생각은 해 봤남?"
진로를 묻고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보았죠.
중3땐 고등학교를 안간다고 설치는 통에 혹시나 대학도 안간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확인 한 것입니다.
울 아들 별 시간도 걸릴 것 없이 단번에 대답을 하네요.
" 응. 방통대 갈려구 그러는디?"
속으로는 아이구 다행이다 싶었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림을 그리는 놈이 방통대에 미대는 없을거고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서울대보다 더 힘들다는 곳입니다.
"왜 거기로 갈려구 하는데?"
"등록금이 싸고 내가 알바해서 충분히 다닐수도 있구 ?"
" 야 ! 그렇다고 너랑 안맞는 과에 다님 니 적성에 맞것냐?"
등록금싸다고 무턱대고 들어가는 대학이면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평생 니 공부인데 무슨과로 알아봤냐고 했지요.
"엄마는 그림 그린다고 꼭 그 과에 갈 필요는 없어? 요즘은 그런 계통에 영상과도 알아보고 경험도 쌓고 일하면서 경력도 쌓구 그럴려구!"
취업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싶지는 않답니다.
졸업장을 목적으로 대학을 다니느라 그 비싼 돈을 쓰고 싶지 않다네요.
어차피 평생 대학을 몇 개 다녀도 모지란 부분이 많이 생길 것이고
시대가 하도 빨리 변하니 거기에 일일히 쫒겨 늘 피곤하게 지내고 싶지 않답니다.
군대도 가야하고 자기 학비도 벌어서 다닐려면 방통대가 딱이라나요.
한 학기 등록금이 백 만원대이니 충분하다는 겁니다.
요즘은 집에서 뭘 연구한다고 통 나오지 않아요. 친구들도 만나고 도서관도 가고 그러더만
뭘 하나 봤더니 만화책들고 지 방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리다가 배고프면 밥챙겨먹고 그러더니 한 번은 머리를 일주일 동안 감지 않은 겁니다.
" 야! 임마! 조금 있으면 이가 기어다니겄다아? 당장 머리 감어?" 내가 성화를 막 내었더니
싱글싱글 웃으면서 그러는 겁니다.
"지금 연구중이여?"
"뭐?"
" 머리를 한 달동안 안 감으면 머릿결이 좋아지나 안 좋아지나? 실험중이여.."
세상에 우리집에 이런 일이 다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