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고등학교를 안간다고 박박 우기던 아들이 올 해 고3이다.
나두 잘 실감이 안 나는데 벌써 대학생을 둔 친구들이 그런다.
' 애들 대학 다녀봐라 아침이 젤 무섭다 차비도 몇 천원도 아니고 몇 만원에
책값에 점심 사먹는다고 돈이 주머니에 붙어 있을 날이 없더라!"
" 아 글쎄 이 눔은 여자친구 만나면 돈을 지가 다 내나 벼? 한 번은 웬 계좌번호를 불러주면서
거기다가 이 만원만 붙이라는 거야? 나중에 뭐냐고 했더니 무슨 레스토랑에서 돈이 모질라서 엄마한테 전화 한 거라고
하는데,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는 줄알어? 이 벨 빠진놈아 먹기는 같이 먹고 돈은 왜 니가 다 내냐고 따졌드니 아들이 글쎄 뭐라는 줄 알어? 여자친구가 밥을 두번 사서 나도 한 번 사준거래!"
" 내가 애들 대학교만 졸업하면 허리피고 다리 쭈욱 펴고 살 줄 알았는데, 세상에 학자금 데출이자가 한달에 십오만원이야? 가르친다고 빚져 원금도 아니고 이자 갚느라 내 노후 얼빠진 것 같아?"
" 아들이라고 다 해주지 말라고 하더라? 밥도 청소도 반찬도 잘 만들 줄 알아야 장가가도 마누라한테 대우받고 쫒겨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요즘은?"
나에게 계모임은 딱 하나다.
원체 바쁘게 사는 것은 체질이 아닌가 육개월에 한 번 모이는 이 계모임은 이름부터 특이하다.
"늘낙지계"
계모임에 회장은 나다. 내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고 모임을 하다보니 제일 느리고 세상이 무너져도 당최 걱정도 느리게 하는 통에 회원들 만장일치 회장으로 선출햇단다. 하긴 걱정은 좀 나중에 하고 뭔 일이 생긴건지 파악 하는데도 나는 무진 굼뜨다.
이 회원들이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울 아들 고3인데
대학은 어떻게 보낼까? 등록금은 또 어떡해? 아들 기숙사에 들어가면 다행이지만 하숙이나 아님 방하나 얻어 줄려면
기천이나 들어간다고 나 대신 걱정해 주는 것이다.
정작 울 아들 걱정해주는 계원들 덕에 난 옆에서 겔겔 웃기만 했다.
" 못가면 할 수 없고 가면 지가 알아서 잘 하게 내비둬야지 뭐!" 내가 이러니
계원들 모두 지금 누구 아들 애기하는 줄 아냐고 정색을 한다.
글쎄 세상이 변해서 대학을 나오든 안 다니던 말던 모두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어느 유명한 분이
한 번만 담화발표를 하면 좋을텐데.
오늘 울 아들한테 물어 봐야 겠다.
" 야! 니 이제 고3이냐?"
아들 대답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