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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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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사랑이 뭐길래?


BY 천정자 2010-01-12

" 아니! 잘 생겼지? 니가 키 큰 사람이 좋다며? 글고 연봉이 얼마라고 하더만 그 만하면 됐지 또 이번엔 뭐가 맘에 안든디야?"

 

 내 친군 아직 올드 미스다. 아주 오래 된 미스 리라고 우리들도 그렇게 부르면서 지낸 이 친구가

얼마전에 선을 봤단다. 나이들어 초혼은 바라지도 않고, 서로 늦은 거는 피장파장이고 나중에 더 나이들면 후회하는 게 그래도 자식 하나 낳아 볼 걸. 또 하나는 결혼은 해 볼 걸. 그리고 어른들 말 좀 더 잘 들을 걸 이란다.

 

 이 친구 그래서 굳은 맘 먹고 선자리에 나갔는데

간 지 한 시간만에 별 일 없다는 듯이 돌아 오더란다.

친구 어머니는 이번에도 또 틀렸구나 생각 하시고 툭하면 나에게 전화를 하시는 게

니 아들 지금 몇 살이냐? 어휴 니가 인제 몇 살이냐? 난 인제 울 딸 처녀 귀신 되기 전에 갈란다 등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푸념을 내가 들어 주다 보니 내가 내 친구 어떻게 하든 남자 친구 하나라도 어떻게 해 볼께유..이 말 끝에 어머니 수화기 내려 놓으신다.

 

문자로 보냈다.

" 야 1 이번에 또 차인거냐? 니가 찬거냐?" 보냈더니

답장대신 전화가 왔다.

" 아무래도 난  결혼이고 연애구 영 젬뱅인가 봐?"

이 친구 풀이 죽은 목소리다.  

 

혹시 상대 남자가 너무 이상해서 실망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

눈이 아직 눈썹밑에 내려 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니가 지금 몇 살인 줄 아냐고 확인하고 싶고

내 맘 같으면 그래 니 혼자 잘 살아도 별 탈 없을 세상인데.

친구 어머니 전화만 받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큰 소리 탕탕 치며 수다나 받아 주고 싶었다.

 

어렸을 때 내 친구 중에 제일 이쁜 친군데.

그 중에 내가 젤 못생겼다고 시집이나 갈 수 있을까 젤로 걱정해주던 그 친구가

이젠 내가 위로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입장이 바뀐 거다.

 

" 아 ! 근디 왜 이번에 또 뭐가 맘에 안드는거여?"

내 보긴 그 쪽도 초혼에 돈 많겄다. 자기 아파트도 있고. 인물 그만하면 됐지 싶었는데

" 정자야 나 아무래도 가슴이 없나  봐? 남자를 봐도 도대체 떨림이 없는 거야?'  

" 뭐?"

 

여자 가슴에 떨림이 없다니.

가만히 생각 해보니 울 남편 처음 봤을 때

떨림은 아니더라도 몇 만 볼트 전깃줄에 스파크 일어나는 부딫힘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나 같이 못생긴 남자가 여기 또 있었네? 이런 생각이 퍼뜩 들어었는데.

 

" 야 아무 생각도 안나데?" 또 물으니

" 생전 못 보던 벽을 봐도 그렇지 않을거야?" 힘없는 대답을 들으니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아무리 돈이 좋고 땅 많고 많이 배워도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주지 못한다면

그건 본인 책임이지 니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다.

 

" 사람 모르는 거여? 그냥 그런 건 잊어라? 알았지?"

전화 끊고 보니 울 남편 옆에서 드르렁 코골며 퍼질나게 주무시네.

진짜 디게 못생겼다.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