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동에서 살아요?'
처음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주소는 아니더라도 어디서 사는지 물을 때
나는 대답한다.
"동은 아니구 리에서 살아요?'
" 어머 시골에서 사시나 보다?"
근디 얼굴도 촌에서 온 것처럼 보인단다.
처음엔 이 애길 들을 땐 별로 느낌이 없더니
이젠 그러려니 한다. 세련 된 도시에서 사는 시민은 되긴 글렀고
그냥 시골에서 푸욱 퍼질러 앉아 아무 근심걱정 없는 얼굴이라나.
나도 걱정이 있긴 있었는데
말하면 남보다 별로 심한 앞날에 대한 불안감도 아니고
돈이야 원래 나하고 친한 것 같지도 않고
농사 지으면서 바라는 것이라면 빚없는 것도 큰 부자가 되는 세상인데
툭 까놓고 뭐 제대로 보여 줄 변변함이 없어 되레 편하다.
간혹 당황하게 하는 것은 한 동안 연락이 뜸하던 지인들이 친한 척하며
전화가 오면 영낙없이 물건을 팔아 달라고 하거나 웬 사압을 하자고 제안을 하거나
심지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전화다.
처음엔 참 어이도 없고 나중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몇 십년 살려면 벼라별 일들을 파란만장하게 겪을 각각의 인생에서
나도 소비자가 되기도 하고 채무자가 되어 쫒김을 당하기도 하고 채권자가 되어 전화 안 받는다고 닥달하다가 병이 나서 입원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이런 저런 역활을 시간과 순서에 막없이 오르면서 주연급 배우처럼 살아 내느라 얼마나 바쁘게 살아야 되나 하기도 하고 괜히 내 걱정도 그냥 해보는 소리다.
그나저나 올 해도 어찌 이렇게 얼렁뚱땅 잘도 간다.
또 다른 해가 넘어 온다.
에그..나이 하나 또 추가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