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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같이 살집에 대한 이자부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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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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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수다를


BY 천정자 2009-12-14

 " 아니 김장을 언제 할 겨? 엉? 살림을 한다는 겨? 만다는 겨?"
결혼 생활을 오래 같이 하다보면 김장도 결혼 몇 주년 기념식처럼 해야 하는데,
이 놈의 김장은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더불어 몸살도 나게 하고 이젠 아예 없애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다. 사실 그 옛날 비오거나 눈 맞으면서 손 얼고 발 동동 대며 했던 김장도 얼마안가 전설이 될 지경이다.
이런 판국에 시집과 별로 친하지 않은 큰 며느리는 더욱 가고 싶지 않거나
그냥 전화주문이든 홈쇼핑이든 택배주문으로 대문 앞에까지 갖다주는 시대라고 역설하고 싶은데.
아직 신세대도 아니고 먹다 말은 밥 쉬면 버리기나 하지 나이 쉰하고도 한 참 넘은 남편 어따가 맡길래도
골치 아플 것이다. 내심 나도 같이 늙으니 혹시 늙은 마누라 일 못해 돈 못 벌어 그래서 나처럼 어따 밑기는 고민을 나랑 똑같이 할 것 같다. 시집와서 한 게 뭐 있냐고   지금도 줄창 주장하고 있고, 나도 그 대답에 나도 아들 하나 낳았다아? 덤으로 딸도 낳았다아! 한 게 뭐가 있나 따진다면 그래도 무사하게 애들 건강하게 키워 놓은 것도 큰 일 한 거다 했더니, 남편 왈
" 니가 한 게 그게 전부냐? 엉?"
남편 애를 아무나 낳아주나? 뭐? 요즘 잘 키운 자식 난데없이  유전자감식으로 내 자식 맞나 안 맞나? 또 돈들여 가면서 확인하는 시대인데. 울 아들 그럴 것 없이 남편얼굴 복사하고 울 딸 내얼굴에 주근깨까지 갖다가 박았다. 빼도 박도 못하니 어쩔 것이여?
아직 김장을 못한 관계로 나는 여전히 남편에게 들들 볶인다.
' 야! 세상에 너처럼 걱정도 없이 김치도 없이 겨울 날 생각을 하냐?" 털도 안 뽑고 닭잡아 먹을려고?
" 아! 내비둬? 김치 아직 많더만 그거 떨어지면 할 겨?"
반찬투정이야 늘 들어서 그냥 대충 넘어가고, 오랜만에 맘 잡고 김치를 담글려고 했더니. 젓갈도 없어 소금도 고운소금만 잇고 시장 본다고 돈 달라고 했더니
" 통장에서 돈 빼야지 내가 지금 어딨냐고?" 소리는 왜 지르냐고 나도 그 말은 조용히 할 수 있다. 난 원래 조용한 여자가 되고 싶은 게 꿈이었지만. 주위환경이 도움이 되지 않아서 포기한지 오래 전이다.
그런데 은행에 가서 돈 찾고 그걸로 장을 본다고 분명히 맘을 먹었건만, 울 동네 내가 산지 오래되서 나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내가 오다가다 얼굴 알아 인사하고 그러다 보면 서로 안부 묻고. 말이 안부지 어디 제대로 자리잡아 수다떨기 시작하면   내가 오늘 꼭 김치를 담는 날이 내일로 연기되고 그러다가 점심이 금방오고 같이 밥먹으면 하루 한나절 가는 것 게눈 감추듯이 후딱이다.어떤 때는 저녁까지 챙겨주는 이웃을 만나면 늦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울 남편 왈
" 안 봐도 훤하다? 시장에 배추가 아직 밭에서 안 왔데?" 흐흐  이 말듣고 나의 대답은
" 낼 담기로 했는 디.."
그런데 말이다.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이다. 결혼해서 한 번도 울엄마가 김장이나 김치를 해 준 적이 없으신데, 김장을 해 가지고 택배로 부쳐 보내신 것이다.
총각김치에 배추김치에 하이고 이거 왜 이리 반가운지 얼른 전화를 드렸다.
" 야야..니 제발 정신차려라 이거사 내가 최서방한테 미안혀 죽겄다아 집에서 애들 반찬도 잘 해주고 그려야지?"
옆에서 듣던 남편이 내 전화기를 뺏는다.
" 엄니이~~ 아 글쎄 우리 아직도 김장 안 헌 것 어뜨게 알았시유?
또 난리다. 장모와 사위는 전화통화 하시면 나만 흉본다.
" 자네한테 내가 참 면목이 없네 잉..그래도 어쩌겄어? 그냥 같이 살아야지!"
휴유~~ 울엄마 이 말씀도 맨날 허구헌날 하신다.  진짜 내 귀는 쇠귀에 경전이 될 것처럼.
금방 담은 김치를 한 포기 끄내 너른 대접에 놓고 쭈욱 찢어 금방한 밥위에 올려 놓고 먹는 것을 보더니
" 어째 너는 먹을 줄만 아냐? 엉?" 남편이 또 타박이다.
헤헤..잘 먹는 것도 복이라고 음식 가리지 말라고 울엄마가 그러셨다구..참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