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내가 꼴등이 아니래? 나 말고도 내 뒤에 두 명이 있는 거여?"
낮에 왠만한 일이 아니면 딸과 통화는 길게 못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에게 전화를 한 딸은 자기 말고도 꼴등이 두 명이 더 있다고 큰 소리로 말한다.
속으로는 그 말 듣고 이거 좋은 거여? 나쁜거여? 이랬지만 겉으로는
" 응 그런디?"
" 응 그러니까 난 97등이고 꼴등이 아니라니까?"
어휴!!! 내가 딸이 하나니 다행이지 만약에 또 있으면 이런 말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얼마나 속으로 힘들고 창피한걸까? 딸의 입장에서 순수하게 본다면 나는 입이 열 개라도 위로를 못하겠다.
요즘 진학시즌이라 원서를 내느라 원서대 내라 도장을 파라 많이 바쁜가 보다. 그러나 나의 딸은 어느 학교를 학과를
고를 처지가 못된다. 입학을 해도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라면 아예 원서도 넣지 말라고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합격도 못할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상상을 한다. 당당하게 진학을 해서 비록 이렇게 힘든 과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았다고 그렇게 살아 나가는 것이라고 무수히 무언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어제 드디어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 애가 장애가 있고 학습능력이 떨어져도 일단은 원서를 지원하는 것이 좋은 것 같네요. 수학은 잘 못하니 인문계열이라도
일단 원서를 넣어 드릴까요?"
인문계는 수학공부 안하나 더하면 더하지.
대안학교나 기술학교나 많은 곳을 알아보고 싶어도 아이한테 충분한 상담을 하고 지원결정을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울 딸이 꼴등이 아니란다. 히유~~~
무슨 좋은 일이 생길려고 하나 보다.
여기까지 온 것도 엄청 큰 발전이었다.
[출처] 엄마 내가 꼴등이 아니래? ([정자수다]) |작성자 mee 곰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