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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꼴등이 아니래!


BY 천정자 2009-11-19

 " 엄마 내가 꼴등이 아니래? 나 말고도 내 뒤에 두 명이 있는 거여?"
낮에 왠만한 일이 아니면 딸과 통화는 길게 못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에게 전화를 한 딸은 자기 말고도 꼴등이 두 명이 더 있다고 큰 소리로 말한다.
속으로는 그 말 듣고 이거 좋은 거여? 나쁜거여? 이랬지만 겉으로는
" 응 그런디?"
" 응 그러니까 난 97등이고 꼴등이 아니라니까?"
어휴!!! 내가 딸이 하나니 다행이지 만약에 또 있으면  이런 말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얼마나 속으로 힘들고 창피한걸까? 딸의 입장에서 순수하게 본다면 나는 입이 열 개라도 위로를 못하겠다.
요즘 진학시즌이라 원서를 내느라 원서대 내라 도장을 파라 많이 바쁜가 보다. 그러나 나의 딸은 어느 학교를 학과를
고를 처지가 못된다. 입학을 해도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라면 아예 원서도 넣지 말라고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합격도 못할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상상을 한다. 당당하게 진학을 해서 비록 이렇게 힘든 과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았다고 그렇게 살아 나가는 것이라고 무수히 무언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어제 드디어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 애가 장애가 있고 학습능력이 떨어져도 일단은 원서를 지원하는 것이 좋은 것 같네요. 수학은 잘 못하니 인문계열이라도
일단 원서를 넣어 드릴까요?"
인문계는 수학공부 안하나 더하면 더하지.
대안학교나 기술학교나 많은 곳을 알아보고 싶어도 아이한테 충분한 상담을 하고 지원결정을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울 딸이 꼴등이 아니란다. 히유~~~
무슨 좋은 일이 생길려고 하나 보다.
여기까지 온 것도 엄청 큰 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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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자 2009-11-21
    제 입장보다 딸아이 입장에 한 번 더 생각을 해봤지요..내 자식이라서 내 맘대로 결정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더라구요..히우~~ 어떤 결과라도 아이가 결정할 몫이지요..
  • 박예천 2009-11-19
    저도...님 같은 여유를 지닌 엄마였으면 좋겠습니다.
    정자님 특유의 웃음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군요.
    넉넉하게 포용하며 세상을 살아야 하는데...저는 자꾸만 넘어집니다.
    한 수 가르쳐 주실래요?
    정자님의 글 잘 읽고 있답니다^^
  • 정자 2009-11-21
    울 아들은 에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재학중인디..이 놈도 지가 알아서 갔지요..고등학교를 진학 안한다고 중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놈인디..울 딸른 실력이 안되서 또 가네 못가네 그러네요. 헤헤..하루가 무슨 드라마 같아유..늘 성실한 댓글오 힘주시는 아트파이님 기도 덕에 울 딸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헤헤
  • 아트파이 2009-11-19
    가장 중요한 것은 딸이 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 저희 동생도 그랬어요... ㅋㅋㅋㅋ 맨날 꼴등해도 엄마가 \'그래, 그래 잘한다..\'그런데 고등학생때는 중간 정도 했는데 대학 가기 싫다고 하더군요. 하고 싶은 공부가 없다고.... 나중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만화란 것을 알고 일년 새로 그림공부를 했는데 남들 몇년 공부하는 그림공부 10개월하고 결국 지방이지만 대학 갔습니다.

    나중에는 4년 졸업할 때 수석으로 졸업하고 지금은 결혼하고 캐릭터 그림도 그리면서 잘 살고 있답니다. 그때 아마 엄마가 조바심을 내셨다면 그렇게 되긴 힘들었을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 싶어 하는 일\'일 겁니다. ^^

    지금 너무 잘 하고 계신것 같아요.....^^ 따님의 멋진 발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