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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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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존탕


BY 천정자 2009-07-24

오늘이 중복이란다. 정신 좋은 나는 어제가 복날인 줄 알고 참...

시아버님은 이젠 개고기와 아주 안녕! 하셨다. 절대 금물입니다! 개고기는..

의사님의 말씀을 따라야지. 그 덕에 닭만 더 잡수신다. 원래 좋아하는 것은 개고기인데.

 

나는 이 고기를 주면 먹고 없으면 말고 식이다.

식탐이 별로 없어서 살이 그래서 별로 찌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나에게 몸에 이상한 변화가 왔다.

자꾸 힘이 없어지고 어지럽고 자리만 보면 눕고 싶고 기운이 시들시들해진다.

처음엔 그러다 말겠거니 했더니 이젠 주기적으로 그런다.

병원에 다니니 다른 병원 갈 것도 없이 진료를 받아보자니 딱히 이렇다 할 아픈 증세가

대표적으로 없다.

그래도 혈압을 재 봐야 한다고 해서 재봤더니

60- 90 이 사이다. 그야말로 낮은 저기압이다.

남들은 고혈압이라고 난리데 나는 반대로 저기압이란다.

저기압엔 약이 따로 없단다. 있다면 술이란다.

저녁에 맥주 한 캔 정도를 마시고 아니면 소주 두 잔 정도 . 막걸리를 마신다면 한 사발정도를

꾸준히 마시란다. 그럼 혈압이 조금 오른다나.

 

이 애길 남편한테 했더니

" 이 참에 아주 술꾼이 될려구?"

내 참 기막힌다. 자기는 일주일에 두 세번은 술에 취해서 곤드레 만드레 되가지고 들어 오면서

천정자! 정자야! 내 이름을 부르면서 들어 오는 게 아예 맡아 놓고 하더니 내 애길 듣고 기껏 한다는 애기가 고작 술꾼이라니?

 

대답도 안했다. 그리고 나는 시장에 가던 어딜가던 가방 속에 맥주 한 캔은 꼭 넣고 다니고 집에 돌아 오는 길에 막걸리 한 병을 사갖고 온다. 이건 나의 저기압에 맞춰 놓은 약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꼭 준비한다. 그러다보니 집에 냉장고엔 맥주며 소주며  막걸리가 골고루 구비되어 있는데

남편이 한 번은 냉장고 문을 열더니 시원한 물은 없고 어떻게 맨 술만 잔뜩 있냐고 무슨 살림을 이렇게 하냐고 또 잔소리 한다. 참고로 우리집은 냉온정수기가 없다. 그래서 늘 보릿차를 준비해서 넣어 놓는데 이걸 깜박했다. 그래도 그렇지 살림을 엉망으로 한다고 하고 빈축을 주는 남편이 괜히 밉다.

 

어제가 복 날 인 줄 알고 돼지등뼈를 사왔는데 이걸 그냥 삶으면 냄새가 나서 우리집에 오래 된 굳은 커피하고 녹차하고 같이 푸욱 삶아서 찬 물에 헹구고 난 다음 묵은지가 좀 짜니까 한 번 살짝 헹궈서 통김치를 돼지뼈를 밑에 깔고 그 위에 올리고 물을 붓고 통감자를 어슷하게 썰어 몇 개넣고 야생초 효소를 몇 방울 넣으면 묵은지에서 나는 묵은 냄새가 사라지니까 참 좋다. 매실 엑기스하고 난 후 쪼글쪼글한 매실들을 몇 알갱이를 넣으면 잡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 그렇게 은근한 불에 김치가 푸욱 익고 돼지뼈에서 살이 저절로 떨어 질 만큼 끓이면 완성이 된다. 저기압은 잘 먹어야 한단다. 혈압이 뚝 떨어지면 나만 손해다. 애들이 대신 아파 준다고 해도 안 될 일이고 누가 나의 몸안부를 묻는다고 해도 관리는 내 몫이다.

 

이 묵은지 감자탕에 잘 어울리는 것이 막걸리다. 흰 색으로 부옇게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가면서 안주로 묵은 지를 지익 찢어 먹는 맛이 참 일품이다. 먹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혈압이 그래도 조금 오르긴 올랐나 보다. 막걸리는 한 사발이 밥 한 공기와 맞 먹는다. 밥을 안먹어도 배부르다.

배부르면 잠이 온다. 남편이 너만 배부르고 잠만 자러가면 다냐? 하는데. 졸리는 걸 어떡하냐구?

 

설겆이는 당연히 남편이 해야지. 난 아픈 환자라구?

오늘은 복날이다. 내 몸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