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꽁치에 무수를 잘박하게 썰어서 같이 지지면 얼마나 맛있는 줄 알어?"
남편은 또 나에게 반찬투정을 한다.
옛날엔 뭐 해달라 뭐 사와라 했는데
해주긴 해주는데 이상하게 내가 먹어도 그 맛도 아니고
남편도 괜히 재료만 버렸다고 툴툴대었다.
그래서 지금은 해주는 대신 대답을 한다.
"할 줄 아는 사람이 먼저 시범을 보여 봐."
내 대답에
남편은 "니는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냐?"고 역정이다.
시집은 뭘 믿고 왔냐고 맨날 물어도 나의 대답은 한 가지다.
"믿긴 뭘 믿어?"
남편은 개고기를 무지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보신탕을 못 끊인다.
한 번 해 봤는데
그 좋아하는 보신탕을 이렇게 맛없게 끓인 여자는 나 밖에 없을 거란다.
"그렁께 자기가 끓여 먹지, 왜 날 시켜?"
"어휴..내가 무신 팔자로 저 여편네랑 사는지.."
이젠 혼자서 궁시렁 거린다.
어쩔겨? 이래저래 어떻게 얼렁뚱땅 살다보니 세상에 십 년이 지나고
결혼한 지 19년이 된다니 나도 믿어지지 않는다.
"자기야, 우리 되게 오래 살았다, 그지?" 했더니
"니가 시집와서 나한테 보약이나 한 첩 해줬냐? 반찬을 맛있게 해 줬냐?"
하이고, 마누라 귀청 떨어지겠네.
해주면 뭣혀? 맨날 맛 없다구 안 먹구선.
"해 떨어지면 집에 얼른 들어와서 애들 밥도 해주고 반찬도 해주면 좀 좋냐구."
남편은 늘상 했던 잔소리를 늘 새롭게 한다.
나도 같은 대답을 늘 새롭게 한다.
"집에 있는 사람이 배고플 때 해먹는 거여.
밥이구 반찬이구 잘하는 사람이 하기. 헤헤."
"니 청소는 올 해 몇 번 했어?" 남편은 또 묻는다.
"몰러! 안 세봤어."
"그럼 누가 청소한 거여?"
남편이 분명히 그렇게 묻는 것은 이유가 있다.
거의 다 남편이 했다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내 대답은 엉뚱한 데서 튕겼다.
"집사람!"
"뭐? 그럼 내가 여자여?"
남편이 눈이 똥그래지네.
누가 여자래.. 집에서 살고 먹고 자는 사람이 집사람이지 뭐여?
누가 여자만 집사람이라고 사전에 있어? 법에 있어?
말이라도 못하면 중간치라도 이쁘겠단다.
헤헤.. 마누라 이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같이 있을 때 밥도 청소도 잘하는 남편이 대접받는 세상이 곧 올 거라고
내가 장담을 한다고 했더니
고등어에 무수를 잘박하게 썰어서 지지면 요즘 제맛이란다.
듣고보니 그 고등어조림은 내가 좋아하는 건디.
"그럼 시장에 갔다올께 돈 줘" 했더니
"니 돈벌어서 다 뭐하냐? 나보고 돈 달라게?"
흐흐.. 그럼 빈손으로 가서 그냥 고등어 집어오라구? 또 외상하라구?
"근디 내 돈 니 돈이 왜 나오는 겨? 같이 먹는디?
치사해지네...이거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했더니.
남편 바지에서 이 만원 꺼내준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