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젤 어려운 게 지렁이다.
지렁이 눈물도 본 적도 없고
머리도 꼬리도 구별을 못한다.
느리기는 달팽이 저리가라다.
아마 몸이 길어서 가도 가도 거기가 거기다.
언젠가 지렁이가 교통사고를 당 한 것을
내 발로 슬쩍 도로가 풀 밭에 밀었다.
꼬리가 다쳤으면 기브스를 할테고
머리가 다쳤으면 지구에 머리를 쳐박고
검은 흙을 약처럼 꾸역꾸역 먹을 것이다.
꿈틀 꿈틀 말을 할 것이다.
저녁 별도 달도 지워진
밤에 느닷없이 어느 새처럼 나무밑 깊숙한 뿌리 근처에서
나 들으라고 엉엉 또 울을 것 같다.
제일 어려운 소리는 누가 가슴치며 서럽게 우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