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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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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아버님은 개를 좋아 하십니다.


BY 천정자 2009-05-26

나의 시아버지는 개고기를 참 좋아 하신다.

당연히 남편도 개고기를 무지 좋아 한다.

다른 점이라면 시아버님은 당신이 기르신 개를  잡으시고

남편은 어떻게 내가 기른 개를 잡아 먹냐고 한다.

 

한 칠 년 전에 우리집에 얼떨떨하게 생기고 털도 뭉텅뭉텅 빠지고 어디서 빌어먹다가

살다가 온 것처럼 강아지 한 마리를 남편이 데리고 왔다.

" 웬 강아지여? 나처럼 디게 못 생겼네?" 내가 이렇게 물으니

" 응! 형님이 몇 달만 키워달래네? 잡아 먹는다구?"

나는 눈만 똥그렇게 뜨고 말했다.

" 도로 갖다 줘? 뭐여 자긴 무슨 개장수여? 길러서 팔아 먹는 거여?"

 

남편이 내가 화를 낼 줄은 몰랐나 보다.

도로 갖다 줘도 그 집에서 키워 줄 만한 주인도 아니란다.

몇 개월 개팔자이니 내버려 두라나.

 

그렇게 그 몇 개월동안 이 강아지와 울 아들. 울 딸 아주 돈독한 관계가 되었다. 그 후

진짜 그 강아지 주인이 찾아왔다. 인제 잡아 먹는 단다.

" 아즉 멀었어. 살도 없구? 대신 시장에 가서 개고기 사먹지 뭐?" 남편은 이렇게

매 번 그 형님과 약속을 어겼다. 그러다보니 한 해가 되고 서 너해가 후다닥 지났다.

" 이젠 개가 너무 늙은 게 맛이 안 날 거여?" 남편은 또 그렇게 핑게를 대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우리집에서 잘 살고 잇는 강아지 이름이 순님이다.

진짜 나이가 많이 들었나 눈도 사팔뜨기처럼 맹하게 보이고 암놈인데

한 번도 새끼를 출산하지 못했다.하긴  매번 잘 살고 있나 확인 하러 오는 것도 아니고 복날이 세 번 지나가는 동안 얼마나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심히 짐작은 간다.

한 번은 남편이 시집에 잠깐 이 순님이를 데려 간 적이 있었는데

울 시아버님 한 마디 하셨단다.

" 야야! 낼 모래 중복인데 벌써 개 끌고 왔냐?'

남편도 한 마디 했단다.

" 암 놈인디유? 새끼는 한 번은 낳아야지유?"

남편 덕분에 용케 시집에서 아직 잘 살고 있는 중이다.

집이 바뀌어서 그런가 얼마 전에 새끼 한 마리를 낳았다. 무슨 몇 대 독자 낳았나? 헤헤

그런데 내가 요즘 몸이 좀 부실하다. 비리비리하게 마르고 한 참 걸으면 어지럽고

힘도 별로 없다고 하니 몸 보신을 해야 한단다.

" 거 몸보신은 뭐니 뭐니해도 복날에 벅는 보신탕인디?" 울 시아버지는 또 그 고기를 말씀하셨다. 에구 울 순님이 안전하게 집으로 빨리 데려 오라고 남편에게 말할려고 했는데.

아직은 순님이 잘 있다고 남편이 그런다.

 

시장에 나가려고 하는데 띠익띠익 내 전화기가 부르르 떤다.

" 야야! 개고기 가져 가니 물 올려라?"

" 뭐? 웬 개고기여 ? 거기 어딘디?

남편이 잘 가는 친구네 집에 개가 네 마리나 있단다.

그 중에 한 마리가 성질이 개 같단다.개는 확실히 맞는디 진짜 드러워서 지네끼리 싸우다가 한 놈이 물려 죽었단다.

 

" 니가 몸보신 할 때를 개네들이 알았나 보다 잉?" 남편이 더 신났다.

어휴~~~. 별 걸 다 알아서 챙겨 대신 싸우고 장렬하게 전사하신 그 개에게 뭐라고

위로해야 할 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