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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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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살 여자


BY 천정자 2009-02-01

내 아들이 서울에서 잘 살어?

이제 칠십하고도 여섯이나 된다는 할머니는 내가 묻지도 않은 아들애길 한다.

" 이 놈이 설때 날 데리고 간다고 했거든?"

이 말씀을 앵무새처럼 해데시는데 따지자면 수 십번이다.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선 명절증후군과 같이

이제나 저제나 누가 어느 놈이 날 보러 올 건지 꼭 윷놀이 내기처럼 부풀렀다.

 

오랫동안 환자를 돌보다가 나름데로 통계를 낸다면

이상하게 아들을 많이 낳은 할머니 경우는 찾아오는 면회인이 어쩌다 한 번이다.

육남 사녀라는데...

 

그나마 가끔 가다가 딸이 안부전화오는 게 전부이다.

아들들이 전화하면 손가락이 부러지나보다.

그나마 요즘 그 아들들이 전화를 한 것이다.

난 요즘 울어머니 좀 어떠세요? 물을 줄 알았더니

의료비공제를 받을려고 하니 입소비낸 거 납부확인서 보내달란다.

연말정산인데, 이왕이면 어머니랑 한 통화라도 하시죠? 하고 싶은데

 

자식이 많다고, 내 아들은 어디서 뭐 하고 사위는 높은데서 고위직이라고 자랑하는 어머니는 계시는데, 이상하게 그 자랑하는 자식들이 면회도 그 흔한 안부전화도 없다.

양로원에 한 번 간 부모는 고아를 고아원에 맡겨놓은 것처럼 말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자식자랑 한 번 할까말까하는 할머니들이다.

이 분들 가족은 순번을 정했나 주말이면 누구라도 꼭 한 번씩 대표로 귤 한상자 사들고, 할머니 좋아하신다고 직접 끓인 호박죽이 식지 말라고 보온병에 담아서 면회실에서 오손도손 나눠먹고 담화를 하고 약 한 시간정도 계시다가 가신다.

다음에 또 올께요도 그런 말도 없다.

" 엄니..감기 조심하시구요.?" 얼굴도 뺌도 부빈다.

딸이 일곱이란다. 막내로 아들 하나인 이 할머니가 올 해 101살이다.

별 병도 특별하게 지병도 없으신데.

세월이 꼭 자식보고 나를 끝까지 모시라는 법은 없다고 온 가족회의를 거듭하다가 요양원에 가신다고 자청을 하신 분이다. 그레선가 딸들이 더욱 지극정성이다.

" 우리집안은 장수집안인가봐유..두 이모가 한 분은 98세..막내이모는 이제 90인디유..언니따라서 다 다른 요양원에 가셔서 살고 계셔유.."

막내아들이 아직 젊다고 해서 난 그렇게 봤는데..

입소계약서를 보니 환갑을 넘긴 연세다. 하긴 어머니가 101세..맏딸이 80세다.

 

핸드폰을 갖고 계시는 한 할머니는 나에게 전화가 안된다고 혹시 고장난 거 아니냐고 한다. 그래서 확인을 해보니 맨 통화내역이 둘째딸 , 셋째네..큰아들..이런 통화목록이다.

어디에 걸으셨는데유?

응 큰 놈이 아무리 해도 전화를 안 받어? 하신다.

대충 눈치가 온다. 보아하니 어머니전화는 이상하게 자식들이 잘 안받는다.

내가 문자로 보내드릴께유. 근디 뭐라고 할까유? 했더니

응! 내 전화 받어? 이렇게 보내란다.

우헤헤..난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답장이 없다.

나중에 사무실에 전화가 왔다. 누가 문자를 보내게 했냐구?

예? 지는 전혀 모르겠는디유? 아! 얼마전에 어머니가 문자보내는 법을 물으시던데..

끊는다는 말도 없이 띠띠띠...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세월앞에 아무리 버텨도 늙는 것은 같은 배를 탄것과 같다.늙어서 애덜 오지말라고 해도 자주 오게 하는 방법! 전화해도 잘 받게 하는 방법! 이렇게 늙으면 즐거운 인생! 이런 책 없나?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