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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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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밤에


BY 천정자 2008-12-06


(그림 이상원)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테레비에서도 대설주의보라고 각별히 운전을 조심하라고 한다.

길이 미끄러우니 스노우도 채우고 신신당부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더니 하필 할머니 머리 염색약을 사고

봉사하러 가는 금요일에 눈이 펑펑 내린다. 할머니 머리카락이 분분하게

펄럭이는 것처럼 눈이 시리다.

천천히 출발 해야지 맘을 굳게 먹고 전화를 드렸다.

" 헤헤,, 눈이 많이 온데유  제가 좀 늦것네유..천천히 갈께유?"

" 야야...니 절대 오늘 움직이지 말거래이.. 그럼 니 혼난다아?"

혼난다는 것은 내가 할머니에게 혼난다는 것이 아니라 괜히 차몰고

동네 들어오다가 미끄러져 차도 사람도 다치면 다 소용없다는 뜻이다.

그 말씀을 들으려고 전화 한 것은 아닌데..

혹시 눈이 그치면 그 때 출발 할께유..

 

날이 더 꾸물꾸물하더니 짙은 하얀 안개처럼 또 눈발이 드세다.

진짜 대설인가..아니면 폭설로 바뀔까 싶고.

마루에서 고양이 두마리가 서로 목에 포개놓고 단 낮잠을 자고있다.

저녁이 다 되어가도 눈은 중간 조금 쉬더니 또 내린다.

 

" 할머니..눈이 안 그치네유?"

" 니 집에 오늘 꼼짝말고 있어라? 이런 날은 감자나 푸욱 삶아 동치미랑 먹고 잠 자는 날이여..니네 감자는 있는 감?"

 

눈 오는날 감자나 푸욱 삶고. 살얼음 밴 동치미 한 사발 들이켜서

감자이든 호박이든 뭐든지 뱃속에 든든하게 채우고

궁뎅이 뜨듯하게 지지고 푸지게 잠자는 날이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