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뜨거운 속불이 지펴지나보다.
마당에서 사는 단풍나무가 속부터 환장하듯이 붉게 뒤집어졌다.
그 밑에 노랗게 피는 국화가 노란얼굴로 삐질 삐질 오물오물 입을 열려는 데.
꼭 첫 서리를 맞아야 피는 늦은 가을국화가 나는 젤 좋다.
국화향이 진동한다. 마당은 그 향기를 칠칠맞게 챙기지도 못하고
참새들의 날개에 두 마리의 고양이 등허리를 타고 돌아 옆 집까지 번진다.
아침에 나는 늘 꿈을 꾸듯이 창호문을 빼꼼히 열고
남쪽으로 모아진 햇살에 놀라 실눈을 뜨는 데..
마루는 기름보일러로 데펴진 아랫목보다 더 뜨듯하다.
옆 집 오래 살으신 할머니가 밥 먹으러 오란다.
왜유~~~
잉..거시기 애덜이 내 생일상을 차렸나 벼...
헤.. 헤..
식전 이른 댓바람에 이웃의 귀빠진 인사를 들으니 흥얼흥얼 콧소리도 나고.
제가유 지금 갈까요? 좀 있다 갈까요?
근디 참 좋은 날 생일이시네유.
와?
헤..한 여름엔 밥도 쉬고 국도 마음데로 못 끓이잖아요...
잉 그러긴 그려...있따가 꼭 와라 잉?
생일상에 미역국은 더욱 맛있다. 근디 이거 뭐 들고 가야 되나...
마침 국화꽃 한 송이 마악 입 벌리는 데 모가지를 끊어 갈까?
꼭 간다고 했는 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