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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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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이


BY 천정자 2008-11-17

드디어 뜨거운 속불이 지펴지나보다.

마당에서 사는 단풍나무가 속부터 환장하듯이 붉게 뒤집어졌다.

그 밑에 노랗게 피는 국화가 노란얼굴로 삐질 삐질 오물오물 입을 열려는 데.

꼭 첫 서리를 맞아야 피는 늦은 가을국화가 나는 젤 좋다.

 

국화향이 진동한다. 마당은 그 향기를 칠칠맞게 챙기지도 못하고

참새들의 날개에 두 마리의 고양이 등허리를 타고 돌아 옆 집까지 번진다.

 

아침에 나는 늘 꿈을 꾸듯이 창호문을 빼꼼히 열고

남쪽으로 모아진 햇살에 놀라 실눈을 뜨는 데..

마루는 기름보일러로 데펴진 아랫목보다 더 뜨듯하다.

 

옆 집 오래 살으신 할머니가 밥 먹으러 오란다.

왜유~~~

잉..거시기 애덜이 내 생일상을 차렸나 벼...

헤.. 헤..

식전 이른 댓바람에 이웃의 귀빠진 인사를 들으니 흥얼흥얼 콧소리도 나고.

 

제가유  지금 갈까요? 좀 있다 갈까요?

근디 참 좋은 날 생일이시네유.

와?

헤..한 여름엔 밥도 쉬고 국도 마음데로 못 끓이잖아요...

잉 그러긴 그려...있따가 꼭 와라 잉?

 

생일상에 미역국은 더욱 맛있다. 근디  이거 뭐 들고 가야 되나...

마침 국화꽃 한 송이 마악 입 벌리는 데 모가지를 끊어 갈까?

꼭 간다고 했는 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