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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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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성적표가 어렵다.


BY 천정자 2008-10-21

고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놈 성적표를 보고 난 한참 어리둥절했다.

우리다닐 땐 전체석차며 수우미든 그렇게 봐왔던 성적표가

도화지보다 더 크고 빡빡하게 새긴 무슨 평균치에 이게 울 아들 성적인가

뒤져보고 앞으로 뒤로 봐도 몇 등이라는 걸 알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성적표와 편지를 같이 동봉했는 데

" 엄마! 내가 찍신이 내려서 이번 시험은 잘 봤어! 근디 여긴 군대두 아닌디

  툭하면 부모님 위문편지 쓰라는 거여..귀찮게 시리."

 

하이구...세상 천지에 이런 부모님위문편지는 누가 받았을까 싶다.

거기다가 자전거를 타고 담배를 물고 머리가 긴 아빠를 그리고

가벼운 멘트로

" 아빠! 이젠 담배 좀 그만펴유!"

 

대충 그린 지도에 내 차도 그럈는데

찌그러진 뒷트렁크며 그 옆에

" 울 엄마 똥차! 쪽팔려!!!"

 

그 차모습을 그것도 지 아빠보다 더 크게 그려놨다.

내 이 눔에게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영 머릿속에 할말이 안 떠오른다.

 

냉장고에 그 편지랑 성적표를 자석으로 고정시켜 놓고 보고 또 보니 왜그리 웃음이 나는 지

요즘 잘나가는 개그보다 더 웃긴다.

 

남편은 이 놈이 지가 내 담뱃값을 보태주냐? 피라마라 게?

눈치가 놀토에 오기만 해 봐라.. 그런 눈치다.

 

아들이 쪽팔린다는 내 똥차는 요즘 잘도 굴러다닌다.

딸에게 물었다.

"야! 찍신이 뭔 신발이냐?"

 

울 딸 뒤집어지게 웃는다.

" 엄마! 어디가서 그런 말 하지마아..그건 신발이 아니라구..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비는 것인디..."

 

에궁..우린 나무연필로 통밥굴리던 신이 이젠 세대가 바뀌어 찍신으로 강림하다니.

어쨋거나 울 아들 그 찍신이 내려서 시험을 잘 봤다는 성적표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도통 모르겠다.

 

무슨 교육이 이렇게 진화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