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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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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이 오래 같이.


BY 천정자 2008-06-07

" 니가 보신탕을 끓일 줄 알면 내가 뭔 걱정을 하냐?

" 깍두기 담으라고 했더니 단무지김치 담그라고 했냐?"

" 월래 ! 이게 찌게여? 국이여? 소속을 밝혀?"

" 에휴..니가 젤 잘하는 게 뭐냐?"

 

히히..울 남편 나랑 오래살다가 늘어 나는 게 이 잔소리다.

맨날 들어서 쇠귀에 못 처럼 든든하게 내 귀에 박혔다.

 

" 내가 보신탕을 잘 끓이면 보신탕하는 식당이 망할까 봐 심히 걱정되네.." 했더니

그런 쓰잘 대 없는 머리나 굴리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잘 끓여볼까 궁리 좀 하란다.

 

그 궁리를 하다보면 꼭 결과는 삼천포로 빠진다.

" 에잇..그냥 냄비 들고 가서 한 만원어치 사 올까?"

 

남편은 할 수 없이 그것도 궁리라고 한 거냐? 한다.

조금 있으면 주부가 된지 18년이 된단다.

내가? 그거 참 말이 18년이지 생활의 달인도 못 되고 주부 18단이면 대단한 내공도 있을텐데.

영 나하곤 어울리지 않는 경력이다.

 

남들이야 산전 수전 다 겪었을 세월이야 들으면 그만이고 모르면 할 수없이 잊혀지는 십 팔년동안

나는 뭐 했나 싶다. 그래도 산다고 했는 데

 

" 니가 뭘 제일 잘 하는 지 생각 해보니까 딱 한가지는 있다!"

" 뭔 디?" 나는 혹 나의 장점이 발견 되는 순간이라고 잔뜩 기대 했는 데.

" 먹는 거! 특히 내가 찌게를 끓이면 니는 한 냄비 다먹을 동안 한 번도 권하지 않더라?" 

 

그러면 그렇지..남 해 놓은 거 그거 잘 먹는 게 제일 잘한다는 남편 애기에 기껏 잘 하는 한 가지란다.

" 그럼 내가 한 반찬 맛있던 없던 무조건 잘 먹야지 왜 타박을 하냐구? 그러니께 해 주기 싫더라"

나도 한 번 제대로 변명을 했다.나물도 밥도 누가 마누라보다 더 잘하래?

속으로는 내가 한 반찬 나도 맛이 안 난다.

 

나도 어느 요라학원 일년 수강하면 주부 18단이 문제가 아닐 거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 적성은 이 쪽이 아닐 듯 싶다.

 

다른 사람들 눈치야 어떻게 남편을 그렇게 부려 먹냐고 하는 데. 그건 정말 내 사정이다.

누가 알았었나..내가 모지란 것을 상대는 부족한 만큼 채워 주는 법칙은 꼭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오래 같이 살아 봐야 한다.

 

덧) 헤헤..별 걸 다 법칙이라고 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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