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 보다 밥을 더 잘한다.
솔직히 고백하는 거다.
청소도 나보다 더 잘한다.
경력으로 셈을 하면 벌써 십 칠년이나 된다.
청소의 달인 대회는 그런 거는 없나
자격조건은 남편이면 무조건 참가자격이 있다고 하면 나는 무조건 응원을 해줄테다.
나도 참 푼수다.
이건 자랑이 아니지만 원체 일을 못 배우고 얼른 시집가라고 해서 얼떨결에 했는 데
남편은 나중에 찬찬히 따져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못 데려온 것 같다고 다시 무르자고 한 마누라가 바로 나다. 헤헤..
그런데 이미 애는 둘 씩이나 저질렀으니 에미는 버린다고 바꾼다고 바꿔지나.
그렇다고 지금은 더욱 더 남자들이 불편해지고 룰루랄라 여권평등이네 양성연대이니 시대가 온 것이니. 살 판나는 것은 살림백치라도 더욱 받아 갈 대접을 이미 챙겨 버렸다.
하긴 옛날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나에겐 행운이다.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태어났더라면 발 작게 해서 천상 걷지도 뛰지도 못하게 터무니 없이 전족여자로 비하시키는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것도 모두 다 조상의 덕이라고 돌리고 싶다.
그런데 이러던 내가 조금 마음이 켕긴다. 남편은 요즘 모내기철이라 무지 바쁘다. 나의 일년 치 양식을 공급 하기 위해서 뙤약볕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나는 집에서 뭐하냐? 분명히 동네사람들이 뭐라고 할 텐데.
그래서 나도 소매 걷어부치고 좀 끼여 볼까 했는 데.
남편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거란다. 옛날 같이 일일히 손모를 심는 것도 아니고 모두 기계만 잘 부리면
몇 시간만에 몇 십마지기 다 심고 한 나절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점심은 식당에서 먹을테니 내 볼일이나 보란다.
하긴 옛날 나보고 새참을 해오라고 해서 나갔는 데. 동네 맨 천지가 논 밭이다.그래서 손전화로
" 자기야 우리 논이 어디여?" 했더니
" 어디라면 아냐?" 동네 정자나무 그늘에서 기다리란다.
나중에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오면서 그런다.
" 니 마누라는 뭐하는 사람이여? 니네 논도 어딘 줄 모르냐?"
에구...그런 적이 있었는 데. 요즘은 그 새참도 가지고 나 갈 건수가 없어졌다.
또 불편해졌다. 내 친구 말대로 적성을 살려서 돈 벌어 니 남편 맛있는 거 좀 많이 해주라는 데.
아무래도 나의 적성을 살려 뭔가는 해야 내 양심이 편할 것 같다.
근디 뭐를 해야 하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