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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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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는 잘 받으셨나요?


BY 천정자 2007-12-26

우리집 테레비는 나이가 십오세다.

사람이라면 아직 이팔청춘은 안 된 것이고. 기계로 보면 고물에 가깝다.

고물치곤 그래도 화질이 선명하다. 한 번은 사람이 외계인처럼 길게 늘어나 다리는 짦고 얼굴은 크고 그게 왜 그렇게

웃겼는지.

 

알고보니 고장나서 그렇단다. 브라운관이 뭔 부속이 갈아줘야 제대로 정상으로 나온다는 데.

난 그냥 보자고 했다. 나보다 더욱 못생긴 텔런트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여...얼마나 좋아? 했더니

울 남편 당장 고쳐오든지 사든지 한다면서 법석이다.

 

몇 년전에 이 테레비 고친다고 서비스쎈터에 갔더니 부속이 올려면 몇 칠이고. 그것도 있을까요? 없을까요?

이러고 말하는 걸 보니 고치는 값으로 새로 사는 게 더욱 빠르겠다면서 상냥하게 새로운 모델이 잔뜩 있는 광고지를 주는 데.

난 이참에 테레비도 없애고 그렇게 조용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차 트렁크에 모셔놓고 그냥 잊어 버렸는 데..

울 남편한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들켰다.

오매불망 그 주말연속극을 꼭 봐야 되는 데

서비스쎈타에 갔더니 부속이 올려면 한 일주일 걸릴거야? 거짓말하고

또 일주일 지났으니까 얼른 찾아오라고 하면

아직 전화가 안 왔는 디...

 

이러다가 그여히 울 남편 차를 청소하다가 그만 트렁크에서 잠자고 있는 테레비를 보고 길길히 소리를 친다.

" 니... 지금 트렁크에 쳐박아 논 게 서비스 받고 있는 겨? 엉? 아 말 좀 혀 봐?"

쩝... 입이 열개 있으면 뭐하나.. 할 말은 한개도 없고.

그래서 곧장 울 남편 앞세우고 난 슬금 슬금 따라가고.

 

" 그 때 오신 분이네요?" 서비스쎈터 아가씨가 헤헤 웃는다.

" 오긴 온 거여?" 남편 나를 쬐려보고 묻는다.

"아! 글쎄 왔었당께?" 나는 확실히 왔었는 디..부속이 없었다고 했던가? 아니 오래 걸린다고 했던가? "그랬다고 했다.

남편은 번쩍 테레비를 들더니 안에 휙하고 들어가고 한 참후 나오더니

"야! 삼일 후에 오라고 하더라.."  

 

전화 해준다고 하는데. 그럴 것 없이 찾으러 온다고 했다나..

내내 돌아오면서 세상을 어떻게 그렇게 사냐? 뭐 아무리 구닥다리처럼 살아도 그렇게 만만하게 볼 게 없다나..

하옇튼 일년내내 듣는 그 잔소리에 덤에 덤태기를 쓰고도 난 한마디 못했다.

 

그런데 그 테레비가 또 이상하다. 사람이 옆으로 번지고 얼굴이 녹색으로 번졌다가 눈빛이 빨간색으로 튀어나오고

그러니 난 또 웃었다.. 그런데 울 남편 또 나를 쬐려본다.이거 어디다가 쳐 박아 놓고 나모른다는 얼굴로 앉아 잇을 것 같은

마누라처럼 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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