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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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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풍경을 업고


BY 천정자 2007-10-29

 

아이 넷과 혼자 사는 여자라고 했다. 울 엄마보고 청상과부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멋 모르고 후레자식이 되었다.

애비없는 자식들이라고 했다.

 

나의 어린 기억엔 가끔 울 엄마 혼자서 새벽이 오기 전에

훌쩍 훌쩍 우시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 때 뭐라고 뭐라고 웅얼웅얼 하는 그 소리는 기도라는 것을

얼핏 알았다. 나는 그 기도가 그렇게 청승맞게 보였고, 특히 비오는 새벽엔 더욱 염불 같았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 자는 척 했다.  

 

기도의 응답을 받으셨나 울 엄마는 우리 네 남매와 함께 같이 가 볼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큰 가방에 우리들 옷을 싼다. 속옷도 내복도 챙겨 켜켜히 밀어 넣고 꾹 꾹 눌러 잘 안잠기는 자크를 겨우 땡겼다.

 

길을 나서는 데 여름 내 신었던 쓰레빠는 신지 말란다.

내 동생들은 모두 운동화를 신겼다.

막내가  세 살 인데 아장 아장 걸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만 삼년만에 우리 가족이 그렇게 처음으로 여행을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시내버스를 몇 번 갈아 타는 줄 몰랐다.

엄마가 내리면 따라서 내리고. 아직 갈아 탈 버스가 안오면 빈 버스정류장에서 졸다가 엄마가 부리나케 내 손목을 끌고 타는 버스에서 어리버리 도착한 곳은 송탄이었다.

 

내리는 곳 곳에 번쩍 번쩍 네온사인이 요란했다.

그렇게 한 가운데 시내를 가로질러 한 참을 걸으니 어둠컴컴한 시골길이 나오고 그제야

나는 물었다.

 

' 엄마! 우리 어디 가는 거야?"  

" 엄마! 우리 지금 어딜 가는 거야?" 남동생이 또 묻지만 엄마는 가방이 무거운지

머리에 이고 앞으로 자꾸 걷기만 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말없이 걸었다.

막내는 내가 업었다. 자꾸 내 등에서 미끄러지면 또 얼쳐서 업고 그렇게 걸었다.

 

조금만 가면 된다..애들아 이젠 조금만 더 걷자... 

울 엄마의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우리 네 남매는 그 목소리에 어디를 가냐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아직 푸르게 크는 그 고아원 앞에서 울 엄마는 주저 앉아 버렸다.

그리고 막내를 안고 얼굴을 부볐다.

 

막내는 나에게 다시 업어 달라고 떼를 쓰고 나는 그제야 우리가 오늘 온 데는 고아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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