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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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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혼자 죽은 여자


BY 천정자 2007-08-17

왜 연락이 안되요? 오늘 몇 번을 전화 했는데...

아이그. 미안혀..글쎄 세탁기에 핸드폰을 넣은 바지를 돌려서 전화기기 먹통이 되버렸어.

근디 뭔 일이 있어?

 

에그 형님 모시고 여그 병원에 오시라요?

뭐? 병원에 왜?

 

명희어머님이 돌아가셨어요.

장례식장이니 빨리 오란다.

 

명희 어머님.

성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늙은 여자.

그럼에도 한 골목에 늘 붙어 있다시피 바닥에 앉아 있었던 그 여자.

아이 넷을 낳은 어머니.

 

남편의 도벽에 노름에 늘 종종 대었던 서러움이 얼굴에 그려진 그 여자가

붉은 저녁노을이 마악 퍼질 무렵 임종을 했단다.

 

너무 평범하게 살아서 있는 듯 없는 듯이 그 동네에 부초처럼 버티어 내더니

그여히 한 여름 말복을 지나 날을 잡아 떠나는 날이 오늘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언젠가 명희삼춘을 찾아 갔었다.

십년동안 살았던 아내와 이혼을 한 후

우리집에 발길을 뚝 끓어 나는 내가 찾아 가 볼 차례이듯이 막걸리 한 병하고 목삼겹살 두어근 끓어 덜렁 낡은 푸른 대문을 열어 안에 들어가 보니

얼굴에 이미 검버섯이 새까맣게 타 버린 것처럼 명희어머니는 웃으면서 입안이 이미 커먼 동굴처럼 뻥뚫린 그 얼굴에 나는 안부도 묻지 못하고 그만 주저 앉아 버렸다.

 

걷지를 못해 엉덩이를 바싹 땡겨서 내 얼굴에 불쑥 들이밀고

누구여? 이러신다.

 

혼자 사는 남자가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는 집은 휑한 거미집과 같았다.

입김에도 훌 훌 날아 갈 것 같은 건조함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감히 연세가 어떻게 되냐고 여쭤보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돌아 온 그 날 이후로 아마 더욱 심해진 치매에 중풍이 덮쳐서 명희삼춘은 좀체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 형수님..제가 아내랑 살 때는 잘 몰랐는디 지나고 보니께 제가 참 못할 짓을 많이 한 게 그게 두고 두고 나를 후벼 파니 참 내 이지경이 된 게 싸다니 깐유..벌 받은 거여유"

 뭐든지 지나고 보니께 표시가 나는 건 내 잘못만 남더라는 등

만약 다시 그런 시간이 온 다면 후회 할 일을 안할테니 기회를 달라고 전처에게 사정을 할려고 찾아 가봤더니 이미 다른 남자와 잘 살고 있데유...

 

저는 벌 받은 거예유... 암만 싸지유...그러더니 맥주컵으로 받은 소주를 물 마시듯이 훌떡 비워었다. 돈이라도 벌어 보겠다고 옷을 떼어다가 이 장 저 장 장돌뱅이를 몇 년 했는데. 그만 어머니가 중풍과 치매에 몸져 누어 버리는 바람에 장사도 때려 치웠다.

 

장례식장에 갈 땐 검정옷을 입어야 하고. 조의금 봉투에 나의 남편이름을 적어야 하고

당신 얼마 있어? 지금..했더니 남편은 뒷 주머니에서 삼만원을 끄냈다.

 

결코 많지 않은 조의금이다.

나의 지갑을 보니 만원이 있다.

모두 사만원인데.

 

밤에 가는 장례식장은 웬지 싫다.

혼자 가는 것은 너무 쓸쓸한 모습이다.

 

너무 흔한 모습으로  너무 평범해서 들고 나는 자리가 작고 초라한 죽음을 배웅하러 갔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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