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다.
오랫동안 아프면 그냥 견디다가 결국 고질적으로 눌러 앉아 버리는 것은
그래야 아픈 것도 덜 아프고 견딜 만 하기도 하다.
무슨 특별한 증세가 있어야 병원에 가서 하소연이라도 하지
딱히 꼬집어 늘 배가 아파요..
머리가 가끔 꼬집듯이 아프다가도 멀쩡해져요...
언제부터 인지 모르겄어요...
이런 말하러 내과를 가야 하나 정신과를 가야 하나
우물쭈물 했는데
또 언젠가는 밤 새도록 잠도 안오고
밖에는 주룩 주룩 장마가 시작되어 내리는 비는 지붕을 망치로 두둘기는 것처럼
소리가 온통인데
바깥 쪽마루에 멍청이 앉아서
오는 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오는 걸까.
저 비가 어느곳에서 구르다가 쉬어 볼까..
잠 안자고 별 별 궁상을 해야 또 한밤을 보내더니
느닷없이 새벽에 차 몰고 신새벽에 부는 바람들을 만나야 한다.
이건 누구 명령이다..처럼 쏘다니는 걸 보는 울 남편 눈초리가 심상치 않은 가
니 왜 그러고 다니나?
할 일이 없어서 인제 결국 별 별 일을 만들어 쏘다니는 거냐구?
자기야..우렁된장쌈 먹고 싶다?
뭐? 그 많은 거 벌써 다 먹었어? 남편이 잡아 온 우렁은 이미 내 뱃속에서 소화 된 지 오래고.
그렇다고 안 먹고 싶은 것도 아니고.
뭘 먹어도 맛있는 것도 없고, 만만한게 찬밥에 물 말아 이제 약이 오른 풋고추를 강된장처럼 지진 우렁된장에 푸욱 찍어먹으면 그제야 짠내나는 맛에 매운 맛에 얼얼하게 정신이 나기도 했는데.
어쨌든지 난 왜그러는 줄 당최 몰랐던 거다.
무슨 병이라면 정확하게 처방전이 나올 법도 한데.
병명 모르는 정체불명에 시달릴 때가 제일 불안한 하루들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병원에서도 아닌 한방에서도 아닌 한 선배를 만나고 나는 알았다.
인제 너는 글을 써야 그 병 낫는다!
싫어도 좋아도 아플때 마다 너는 약을 복용하듯이 글을 낳아야한다....
청천벽력같은 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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