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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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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백수는 뭐하나..


BY 천정자 2007-06-22

아무래도 불편 할 것 같다.

가령 어디를 가도 내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면

어서오라고 모셔 간다고 해도 나는 얼른 도망갈 것 같다.

 

이래저래 어설픈 게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가령 나의 차를 끌고 한차례 드리이브를 간다고 해도

나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 쪽을 모르는 두려움에 두 눈 질끈 감고

머리만 숨기는 들꿩처럼 숨느라고 바쁠거다.

 

그 좋아하는 순대를 김밥처럼 길게 끊어 오물 오믈 먹고 있는데

누가 몰카로 나의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누구누구는 뭐를 좋아한다네 하고 올려진 사진을 보면 뒤로 기절할것이다. 오뎅에 간장 한 방을 찍어 후후 대면서 수다떠는 거랑

입 주위에 빨간 양념을 묻히며 손가락을 쪽쪽빨며 먹는 닭발을 누가 찰칵 찍는다면

그것도 총천연색으로 한 방이면 순식간에 나의 자화상이 될 것이고.

나의 차도 바꿔야 할 것이다. 엉덩이가 지금도 찌그러진 차를 몰고 다니네 아니네

말도 많을 것이고.

입은 옷은 어느 패션이니 시장패션이니 하면서 체면도 생각해줘야 하고.

그런데 아직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앗다. 

지금은 이런 걱정으로 참 재미있게 상상해가면서 산다.

누가 나를 잡고 인터뷰를 하자고 보채지도 않고.

언제까지 마감이니 꼭 그 날짜 그 시간까지 지켜야한다고 으름도 안 받고.

또 언제까지 출근하라느니 약속시간에 늦지말라느니 그런 게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한 가지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너무 한가하다. 괜히 백수가 심심한 게 아니다.

이리 봐도 저리가도 매일 그 소리가 그 소리인 소식통이나 뉴스나 신통한 것도 없고

뭐 신나는 일도 별로 없는 싱드렁한 장마철 오후가 오면

그려 갈데없으면 그래도 궁시렁궁시렁 해대는 블로그나 들려볼까.

아니면 혼자서 하는 놀이도 배운 적 없으니.

 

어쩌다가  눈치가 이상하다 싶으면 얼른  문닫고 한 동안 안 와도 괜찮은 공간이다.

그런데 또 이상하다.

 

 나는 아직 유명해지지 않았는데. 벌써 어디로 숨는 걱정을 하고 있으니.

걱정도 팔자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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