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혜택이 많아진다. 백수가 되면..
적어도 아침시계를 확인 해 볼 필요가 없고.
그래도 선잠에 깨어서 화장실 물내리는 라
얼핏 창가에 일출의 햇빛을 보기도 한다.
재작년에 심어놓은 산국화가 이제야 피는 것을 알고
느리게 굼뜬 꽃잎을 멀찌감치 놓고 보니 이건 꽃이 아니다.
나의 국화라고 말하고 싶기도 한데.
미나리꽝밭에 털레 털레 물장화를 신고 걸어간다.
조금 걷는데 벌써 늙어서 갈색 사마귀가 풀잎에 오르지 못하고
길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올려주고 싶은데. 영차 기운 쓸 일도 아닌데. 그냥 모른척하고 걸어간다.
냉정하게.
아침향기가 가장 진한 어스름한 늦가을 아침에
이젠 서리같은 하얀 숨쉬기가 벅찬가 보다.
나뭇잎들도 너른 들녘에 비워진 바람길만 무진 열려 있으니.
이젠 겨울만 오면 될것 같다고 소문만 무성하다.
이러니 오랫동안 늙을 백수가 늦게 터진 귀를 얻어
소리를 전하다가 말아 버릴 수도 있을터.
굳이 말로 해서 전부 못 전할 것 같다.
그냥 소쿠리를 옆구리에 끼고 미나리꽝에 간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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