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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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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BY 천정자 2006-05-11

전남 목포까지 가야 한다.

그것도 기차를 타지 못하고  장거리 운전을 해야한다.

고객을 보고 올라오라 하지 못하고 내가 움직이는 것이 배려다.

이렇게 결정을 하고 차 점검을 했다.

 

하도 주행을 많이 하다보니 휴게소에서 오일갈고.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농수로에 바퀴가 빠져 경운기로 차 빼는 일도 허다하다.

 

백미러가 뚝 떨어져 붙일려고 하는데, 가다가 잊어 버리고 돌아오면 아차하다

일년이 지나가버렸다. 에이 그냥 후사경으로 대충 뒤 확인하고 다니다가  남편이 어이가 없나  아예 말도 안한다.

 

카쎈타 사장은 나만 보면 오늘은 또 뭐가 떨어졌어유~~

그게 아니고요 바퀴가 바람이 없나봐유 좀 봐줘유~~

어이구 사장님 빵구났슈... 바람이 없는 게 아니고.

 

그냥 이런게 일상이 되었다.

바람점검하고 혹시 가다가  또 연기가 올라올 줄 모르니께 부동액도 라지에터도 봐줘유 하면

또 까먹었냐고 지난번에 수리했잖아유.

그래요. 그럼 난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말이 그렇지 사백키로미터를  너 댓시간동안 운전을 하다보면 뒷 목이 뻣뻣하고

눈이 침침하고 그러면 일이고 나발이고 휴게소에서 한 두시간 차에서 잠만 자고 도로 올라오고 싶다. 보험금청구만 아니면, 민원에, 공문등 눈은 시달릴데로 시달려 눈만 감고 싶은데.

어쩌랴. 그래도 가야지.

 

난 고속도로보다 국도를 이용한다. 왜냐하면 그 놈의 무인 카메라 때문이다 .

내가  속도만 지켜주면 찍힐 염려는 없지만 전국 곳곳에 어디든지 몰래카메라처럼 감시 당하는 것 같아서다. 잘 빠진 도로는 가드레일이 키가 높아  주위 경치를 보지 못하고 시속 100을 달리다 보면 지루하다 못해 졸리다. 이러니 사고가 많이 나나 보다.

 

비록 시간이 더디 걸리고 길이 구부정하고 잘못 들어 간 동네입구에서 길 물어 가면서 가는게 훨씬 덜 피로하다. 후미진데는 무인카메라가 있긴 하지만 십중 팔구는 가짜다.

그래도 난 육 칠십정도의 속도를 유지한다.

 

이렇게 전국구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요리저리 헤집고 다니니 꼭 여행가처럼 보였나 보다.

어떤이는 책을 쓸려고 하냐고 묻기도 하고, 일부러 좋은 곳이 있다고 소개해주는 이도 있었다. 주객이 바뀐 적도있다.

 

처음엔 고객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무척 피곤한 일이지만, 이젠 아예 없어도 간 김에 여기저기 다 둘러보고  현지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과  새참을 같이먹는 날은 운이 터진 날이다.

 

오래 된 집, 일일히 손으로  두텁게 쌓은 돌담의 골목길. 가도 가도 산 없이 하늘과 땅만 맞닿은 땅의 끝.혼자서 둥둥 떠다니는 조각배가 있는 작은 항구. 바람이 모질게 불어 푸르게 키우는 배추밭. 지팡이를 잡고 한 걸음씩  동구밝 당산나무에서 배웅 나오던 할머니 얼굴.

아이들 웃음소리가 있던 슈퍼.

 

나의 머릿속에는 간간히 슬라이드처럼 한 컷 한 컷 저장 된 그 그림들이 나의 재산같다.

그들과 나누었던 대화들, 웃음들, 목소리들.

이렇게 나는 드라이브 한다.

내 기억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