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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BY 천정자 2006-03-28

나보고 뭘 해서든지 생활은 해야 한다고 했다.

얼결에 나 간 보험회사는  삼개월을 다니다 그만 두었다.

 

성질도 그렇고 우선은 영업 체질이 전혀 맞지 않았다.

단 한건의 연금 일시납으로  도로 달라는 수당을 주고도

몇 달은 살 수있는 생활비가 남았다.

 

남편은 그 사실을 몰랐다.

굳이 애기 할 상황도 아니었고, 살자는 뜻도  별로 없을 무렵이었는 데

무엇이 귀하고 필요하고 그런 건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영업소 소장은 말리지도 않았다.

설계사들을 다달히 모집하고 시험보면 위촉해주는 것이 일이었으니

나하나 그만둔다고 눈 하나 껌벅거릴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성질 괴팍한 못생긴 아줌마였다.

얼른 그만두라고 하지 않은 것만이라도 고마운 것이다.

 

나를 증원 해간 팀장만  우리집에 부지런히 오셨다.

그만두어도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지 말아 달라고 그러신다.

 

오실  때마다 회사에서 나 온 봉사품들을 바리 바리 챙겨 오셨다.

난 무척 당혹스러웠다.

 

이렇게 가져 오실라면 다른데에 더 드리라고 해도

여전히 아이들 옷이며 먹거리를 가져 오시는 데

나는 부담스럽다고 그러지 마시라고 했다.

 

팀장님은 한가지 부탁 할 것이 있다고 했다.

다시 보험회사에 나오면 안되냐는 것이다.

 

설계사가 아니고 지도장급으로 위촉해준다며 나에게 어렵게

권하셨다.

 

그 당시엔 보험설계사라기 보다 아줌마부대로  보험회사에 나가면 춤바람에

바람피우는 여자로 인식되어 인지도가 무척 낮아 팀장님도 많은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단다.

 

더군다나 혼자  네아이를 가르치고 생활하는 데

누구하나 말 한마디라도  잘 살라고 보태워 주는 이가 흔하지 않았단다.

 

영은이 엄마는 다른이하고 많이 다르게 느껴단다.

시어머니도  우리 시집도 알아 보았단다.

그런 일이 있으면 얼른 법으로 고소해서 해결해도 될 일들을

그렇게 묵묵히 지탱하는 걸 보니 무엇인가 있나 보다 했단다.

 

오랫동안 지켜보니 이렇게 있지만 말고

일을 하면서 남편도 아이도 가정도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엔 내가  당당해져야 된다며 일을 시작하라고 했다.

 

팀장님의 말씀에 난 한참을 먹먹하게 밖을 내다 보았다.

내 눈앞에 무엇이 있다 한들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이런 정신 없는 여자에게 장황한  말씀을 펼쳐 놓인들

들리지 않을 텐데도 팀장님은 꾸준히 나에게 타진을 해오셨다.

 

 

연금을 신입사원이 판매했으니 영업소장도 아쉬웠었나 보다.

팀장님에게 자꾸 내 안부을 묻더란다.

 

여자이니, 보험아줌마니 , 애기엄마니  이런 수식어를 달지 않고

천정자 이름으로 다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소장이 나를 보더니 반갑게 웃는다.

나도 머쓱하다.

이래저래 다시 보게되니 이것도 인연이라고 너스레다.

 

제가 하는 일이 뭐예요?

지도장이 뭐하는 거예요?

 

나는 만나자 마자 다그친다.

소장은 단 한마디의 말로 대답했다.

 

" 영업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