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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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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왔습니다.


BY 천정자 2006-03-17

이사를 갔습니다.

월세도 십오만원이고

전기세만 내고 물세는 안 낸답니다.

지하수라서

 

여덟자짜리 장농하고

사백오십리터짜리 하얀 냉장고도 같이 이사를 왔습니다.

물론 나의 남편도 동행을 하였죠.

 

와서 보니 우리집 흙이 바로 논배미를 타고 넘어

울타리 없이 넓게 마당이 크는 곳이지요.

고맙지요.

 

빨래장대가 아주 키가 커

하늘을 콕 찌르고 서 있어

빨래가 아주 잘 마르는 햇빛이

충분히 내리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떡집에 갈까.

아니면 방아간에 갈까.

시루떡 찌는 냄새를 온 동네에 흐트러지게

펴 발라 옮기고 싶습니다.

 

이제 이사를 왔으니 짐을 정리 할 겁니다.

대신에 情을 쌓아 놓는 곳은

넉넉하게 비워 놓을 것입니다

 

 

 

덧)비록 삭월세라도 남편과 정정당당히 방을 같이 얻어 이사할 때

    일기입니다. 왜 이제서야 이 글이 따뜻하게 찾아지는지 정확한 감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젊은 오기가  일을 그르쳐 만든 내 한부분인데.

    그냥  시선이라도 따뜻하게 기억하고 싶었나 봅니다.

    막 어이없이 도착한 어느 봄날에 이사를 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