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으러 가는날은 치사하다.
분명히 내가 일해서 내가 번 돈이라고 .
당당히 주장도 골백번 했건만
머뭇거리는 발끝만 애꿋은 계단만 툭툭 차고 있다.
위자료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그럼에도 나에겐 어떤 위로도 받을 수가 없다.
그까짓 돈이야 몇 백억을 챙긴다고 해도 내 숨쉬기에 함유 된 공기보다 더 가치가 없다.
내일로 일단 연기해도 당장 숨쉬기에 아무 지장이 없다.
그만큼 내 사는 곳의 영역엔 돈 받으러 가는 날이라고 따로 정해주지 않아도
별로 중요하지가 않았다.
일년이 열두달이라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열두번 돈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그건 그거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그 어디에도 명분을 붙일만 한 날짜가 없듯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돈 받기전엔 몽땅 전부인 내가 젤로 중요시 될 것이었다.
더구나 나는 여자였다.
밥 세끼를 하는 여자. 거기에다 내 밥만 하는가? 내 자식의 밥을 당연히 해줘야하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권력을 돈 받으러 간다고 놓칠 수는 없었다.
날마다 전쟁을 한다. 밥하는 전쟁. 밥 먹기 전쟁. 너무 많이 먹어 똥빼는 전쟁까지 치뤄야 하는 의무감에 중독이 된 내 본능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제대로 치룰려면 적을 알아야 하는데...
이 놈의 적이 시간인지, 내 밥통인지. 아직 안 받으러 간 돈인지 헷갈린다.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아직은 적을 분간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