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둔 농부가 있었습니다.
맏아들에게 ‘얘야,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했더니,
아들은 ‘아버지여, 가겠나이다’하고는 가지 않았습니다.
둘째 아들에게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싫소이다’라고 대답하더니
그 후에 뉘우치고 포도원으로 갔습니다.
예수님은, 둘 중 누가 아비의 뜻을 행한 것인 지 물으셨습니다.
오 년 전 어느 날 아침, 나는 내게 원하시는 것을 알면서도.. 답변을 기다리는 주님께 싫다고 한 것과 다름없는 대답을 하였습니다.
주님은 아무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무라지도 화를 내지도 나를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바로 그 순간 내 안에 가득했던 임재에서 그저.. 조용히 떠나셨을 뿐이었습니다.
기도는 그대로 끊어졌습니다.
날마다 아침마다 무릎을 꿇을 때마다 경이롭게도 내 마음 속으로 가득히 임재하시던 때였습니다. 그 분은… 다시는 내게 오시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아는 바 좋으신 하나님이시니 그렇지는 않더라도… 그 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마음이 아프다..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을 감정이었습니다.
몇 달 후, 아컴에 작은 방을 하나 마련하고 글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주님이 내게 원하셨던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늦은 것이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두려웠지만…. 조금씩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의 원하심 앞에서 뒤로 물러난 나 자신의 비겁함에 대해 회개하는 마음이, 임재에서 떠나실 때 느꼈던 그 가슴 미어지던 슬픔이 그 이후 일 년 몇 개월 동안 손에 잡히는 것 하나 없이 때로 절뚝이면서도.. 나를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나는 이야기 속의 둘째 아들 같은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시점.. 오히려 나는 자원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했습니다. 심하게 후회한 적도 있지만 다시 삼 년을 나는 포도원에 일하러 나간 사람이었습니다. 결코 부지런하거나 성실한 일꾼은 못되었어도…
지난 주 월요일, 몇 시간에 걸쳐 글을 하나 쓰고 정리하고 수정하고… 그리고 등록하려는 마지막 순간 ‘입력완료’ 버튼 바로 위에,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글귀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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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에 손가락을 올린 채로 망설였습니다.
그간 망설이고 망설이며 등록해 온 글들이 상당부분인 내 글들을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서로가 너무나 다르고 감정적인 갈등도 상당부분 겪어왔음에도 ‘예수님 안에서(in Jesus)’ 주의 뜻을 순종하고 이뤄가며 서로가 성장해가는 한 형제요 자매임에 틀림없음을 확인하여 온 지난날들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간이 째깍째깍 지나갔습니다.
마우스 위에 올려진 손가락을 톡톡 치기만 하며 족히 오 분 여는 그대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등록 버튼을 클릭하지 못한 채 인터넷을 빠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십 여 일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얼마든지 써도 아무 하자가 없을 글 하나 십 여 분 만에 뚝딱 써서 올린 것이 전부인 채… 정작 쓰려고 했던 주제는 여백으로만 남았습니다.
이제.. 나는 성경 속의 맏아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되고 만 것입니다.
두 아들 중 누가 아비의 뜻을 행한 것이냐..고, 사람들을 향해 묻는 주님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주님으로부터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받을 만한 자격이 없을 만한 사람일지라도 적어도, 입으로 순종하겠다고 하고 행위로는 배반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 자신 스스로를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사람'에 불과하지만...
나 자신의 비겁함과 움츠러듬이 주님을 슬프게 하는 일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내게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내 마음을 다독여 주시고 용기를 주시기를… 나 자신을 위해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