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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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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싶은 소망


BY 플러스 2009-07-04

 

  여러 해 전 남동생의 결혼식장에서,  십 여 년 만에 뵌 남성인 친척어른 한 분이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내 앞에 서 계셨습니다

 

  한참 동안이나 나를 바라보고 계시던 그 분이  천천히,  망연한 듯 입을 여셨습니다.   "너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던 나날들이긴 했습니다거울을 안 보고 산 지 이미 오래된 때이기도 했습니다사람이 나이가 들면 늙게 마련인 건데 나라고 별 수 있다는 건가.  왜 그것이 그렇게 슬픈 것이란 건가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타인은 나의 '나이 들어감' 충격적인 슬픔을 느끼는데정작 나 자신은 그런 것에는 어떤 감각도 느끼지 못할 만큼 지쳐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 온 후인 이 년 쯤 전이번에는 친척 오빠가 내게 그 비슷한 말을 다시 했습니다서울에 올라오는 법이 없던 사람이라내 나이 이십 대 초반에 보았던 것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 때 네가 얼마나 이뻤는데" 라는 말로  이야기를 꺼낸 오빠는그 오래 전 어린 누이의 모습이 눈 앞에 생생하게 남아 떠나지 않는 듯 그 이야기에서 벗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이전에 친척 어른의 말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내가 이번에는, "오빠, 지금도 예쁘잖아." 하는 너스레를 떨어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종결하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잊고 말았습니다.

 

  화장도 잘할 줄 모를 뿐 아니라 꾸미고 가꾸는 일에는 소질도 관심도 부족하고 여성적인 섬세함도 좀 부족한 사람이라,  타인은 충격을 느끼며 하는 이야기 조차  정작 본인은 잠시 들을 뿐  곧 무덤덤하게 지나버리고 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여권에 쓸 사진이 필요하다 하여 갑자기 찍게 된 사진 속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낯선내가 있었던 것입니다

 

 '무너져 내린 젊음' 고스란히 드러난 사진을 손에서 내려 놓지 못한 채,  '이것이 정말 실제로 보이는 내 모습이 맞는 지' 남편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대답하는 남편의 말을 믿지 못한 채기계가 거짓말을 하겠냐며 사진 한 번 보고자동차 미러 속의 나를 한 번 보는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내 모습은 '불안그 자체였습니다.

 

바늘로 얼굴에 미세구멍을 촘촘히 내어  자신에게서 뽑아 낸 피의  혈장만 분리하여 그 구멍들을 통해 흡수시켜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키는, 일 회당 거금 백 만 원이 드는 시술을 받고 있다던 삽심 대 중반의  한 여자가 떠올랐습니다.  '여자는 무조건 피부가 좋고 봐야 한다',  '무조건 이뻐야 한다'  그녀의 힘찬 말투도 떠올랐습니다

 

그 외의 다른 시술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려주며 자신은 외모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던 것을  그녀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여기며 흘려 듣고 말았던 것인데, 그 순간 그 모든 이야기가 다시 생생하게 들려왔던 것입니다.  무너짐앞에 무언가 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조급함과 함께..

 

그러나 한 편 이 충격도 잠시일 뿐,  나는 그녀처럼 살 사람이 못됨을 곧 자각하게 됩니다

 

여전히 나는 마사지 한 번 받으러 다니는 법 없을 거고색조 화장품은  달랑 립스틱 하나, 그것도 하나가 다 닳고 나서야 살 터이고일 년에 한 번 정도 미장원에 들르면 되는지난 이 십 년간 한 번도 변화를 주어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별다른 손질도 필요 없는 헤어스타일을 아마 몇 년은 더 고수할 터이고, 옷이 좀 필요해도 인터넷을 통해 눈으로만 보고 골라 구입하고 마는 편한 생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젊다는 것만으로도 빛이 나고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도서관 2층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 독문학과 여학생이 '세상에서 이렇게 이쁜 여자는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지금 돌이켜 보아도 다시 듣기 어려울, 황홀해질 만한 '찬사'인 것이지요.

 

그 빛나던 시절눈에 보이는 작은 ''를 전부인 것처럼 여기던 남학생들은 내게 늘 이상형에서 '제외대상'이었습니다지금도 그렇지만가꾸고 꾸미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나 자신을 알기에잠시의 젊음이 주는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속할 자신이 내게는  없었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도 그런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성의 외적인 ''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던 남자를 남편으로 만나게 된 것이 내게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도 됩니다더군다나  요즘은, 정말로 젊고 예쁘던 시절에는 한 번도 해 주지 않았던 찬사의 말들을 남편이 내게 해주기도 합니다.  남들은 세월 앞에 어떻다는 둥하는 이 시점에 와서 말이지요. ^^;;.

 

성령님의 임재하심이 강한 한 집회의 동영상에서한 여성에게 주님이 주시는 말씀을 설교자가 전하는 것을 들은 것이 기억납니다.   스스로 너무나 못생겼다고 생각해 온 그녀에게,  '그렇지 않다',  '주님이 당신을 아름답다고 하십니다.'라고 그는 전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주님이 그녀를 아름답게 여기시는 것은, 주님이 사람을 보는 기준은 사람과 다를 뿐 아니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시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남편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 온 삶 가운데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사랑과는 다른 더 크고 깊은 사랑을 가지게 되었기에,  아내를 아름답게 여기는 것이겠지요. .   

 

그러나 사실 나 자신으로 말하자면, 나 자신 남편에게 평생 아름다운 여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외모를 멋지게 가꿀 열심과 능력은 절대 부족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어도 남편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여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바람 또한 나 자신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드는 것이겠지요.

 

 또 집회에 참여했던 여인처럼, 사람들의 보기에 보다도 주님 보시기에 더욱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더욱 가지게 됩니다. 

 

거울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봅니다분명 이전의 젊음은 퇴색되어가고 있지만사진 속에 있는 여자 보다는 훨씬 예쁜 여자가 서 있는 것도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