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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BY 플러스 2005-11-09

꼭대기 다락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지붕을 향해 열린 창으로 별이 보였습니다.  이미 깊은 밤인데도  하늘은 검은색이라기보다는 마치 파란색처럼 보였습니다.  맑고 맑은 가을의 밤 속에서 빛나는 별들은 너무나 아름다와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별을 더 많이 보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들판으로 연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들판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커다란 세 그루의 미류나무가  검은 그늘 안에 서 있었습니다.   나무가 하늘과 닿은 지점에서도  별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검은 나무들을 지나 들판으로  더 깊이 들어섰습니다.   하늘도  공기도  차갑고  맑은 대지를,   온 대지를 가득히 덮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 묻힌 길 위에 서서 오래도록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하늘이 어찌나 맑은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깊고 깊은 하늘 안으로 별들이 서로 다른 깊이로 들어선 채로 반짝반짝입니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나의 귀와 눈과 모든 감각을 완전히 열어 둔 채로  들길을 천천히 돌아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내 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밤을 얼마나 더 많이 만끽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모든 밤들을 누리고 싶습니다.   열어둔 나의 감각 안으로  맑고 차가운 공기가,   신선한 향기가,  그리고 미류나무가 내는 시냇물소리가 들어옵니다.  그 감각들을 누리며  다시 어둠이 불빛에 의해 사라진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 고요한 밤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모릅니다.   한참 올려다 보는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별빛들은  낮이면 태양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그 강한 빛이 사라지고 나면,  저 광대한 우주의 옷자락이라도 펼치듯 그렇게 온 하늘을 수놓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는 나는 온 마음과 정신이 깨끗이 씻은 듯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봅니다.    이 맑아진 마음과  정신의 상태로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지요.   늘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늘 그렇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그릇이라고 합니다.   그 그릇에 무엇이 담기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합니다.    담은 것은 쓰레기인데  겉모습만  거짓과  가식으로  또한 허례와 체면으로  아름답고 훌륭하게 꾸민다고  그것이 쓰레기를 담은 그릇이 아닌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분별을,  용서와 사랑이라는 또 겸손이라는 허울로 덮은 이름으로 정죄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것 또한 잘못된 판단이 될 것입니다. 

 

나는 내가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늘 염려해왔습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즉,  크리스찬으로서 가져야 하는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를 늘 생각해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많은 죄들 속에 자신을 숨긴 채  형제에게 또는 자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 옳지 않다고 여겨진다면 그들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홀로 더 많이 생각해보겠습니다.   그 사랑이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 지를요.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을 찾듯,  그 맑음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쓰레기통을 껴안는 대신,  나는 그 밤들을  껴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