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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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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 키우다


BY 모퉁이 2011-06-17

티비 동물농장이란 프로를 보게 되면

집에서 키울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온갖 동물이 다 나온다.

저마다의 개성으로 보면서도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일이기에

강아지 한 마리 키우자는 딸아이의 의견은 내 선에서 댕강 잘라버리고 말았다.

덩치에 맞지않게 나는 강아지는 커녕 병아리도 만지지 못한다.

예전에 옆집에서 키우던 요크셔트리아가 주인댁의 커피잔을 핥아대고

고기접시에 입을 대는 것을 보고 그 집에서 커피를 사양했던 적이 있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가족같은 존재로 자리잡은 애완견을 나는 그닥 반기지 않았는데

꼭 나같았던 언니가 조카들 다 결혼시키고 지금 예쁜이라는 강아지와

대화를 하고 쪽쪽 물고 빠는 행동이 의아했다.

휴대전화에도 사진이 저장되어 있고, 동생인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언니 말이 자기도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더란다. 그렇게 예쁘단다.

혼자서 말을 하면 우습지만 강아지와 말을 하면 대화가 된단다.

우습게도 어떤 때는 사람보다 낫단다.ㅎ

이웃과  울타리 치고 살던 시절에도 담 넘어 음식그릇이 오가고

이웃집 대소사까지 꿰고 살았다는데

요즘은 울타리도 없는데 울타리보다 더 높고 단단한 옹벽을 치고 사는 느낌이다.

나와 내 가족만 챙기는 이기가 점점 거세지면서 외로움도 깊어지고 그로인해

가족 안에 또 다른 가족 애완동물이 자리잡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집에 남의 식구란 오래전에 딸내미가 문방구 앞에서 사온 거북이 한 마리가 전부다.

조용한 밤에 거북부인 뒤집어져서 덜거럭거리는 소리는 귀에 거슬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딸아이는 어항청소에 먹이주기를 맡아하고 애지중지 했는데

이 거북이가 어느날 유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딸의 상심이 컸었다.

오래전 일이니 거북이의 죽음이 잊혀진지도 한참 되었다.

 

친구네집 어항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가 참 예뻐보였다.

크지 않아서 징그럽지도 않고 꼬물거리는 꼬리짓이 귀여워 한참을 쳐다보다

몇 마리만 달라고 한번 키워보겠다고 덜컥 선언(?)을 해버렸다.

그렇게 얻어온 물고기는 아쉬운대로 간수받침대로 쓰고 있던  오래된 어항에 넣고

본 것은 있어서리 산소공급기와 모래와 수초를 넣어 평범한 수조를 만들었다.

몸통보다 꼬리가 더 긴 놈도 있고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로 눈길을 잡는 이 물고기는

구피 라는 열대어이다.

 관상용으로 많이 팔린다는데 나는 처음 보는 물고기인지라

 이 녀석의 습성을 알지를 못한다.

이리저리 이 녀석의 관리방법을 찾아보니 물온도와 스트레스에 예민하고

꽤 까다로운 놈이라는데 우리집에 온 지 석 달이 되었는데 현재까지 잘 자라고 있다.

그동안 새끼를 쉰 마리 넘게 낳았고, 그 중에 반은 이미 성어와 함께 헤엄치고 있다.

물고기면서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는다해서 신기했다.

해산 기미가 보이면 부화통에 따로 두어

다른 성어들에 잡아먹히는 것을 막아야 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언제가 해산날인지 알 수가 없어서 내버려두었더니

어느날 눈꼽만한 새끼가 물 위에 수초 사이에 보이는 것을 뜰채로 가만히 걷어

따로 사육(?)했더만, 이 녀석들의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제 시간에 밥주고, 청소해주고, 커가는 모습 관찰하고

손으로 직접 만지는 일이 아니고 눈으로만 보는 일이라 내게 맞는 것 같다.

어항청소는 남편이 맡아해주어 내 수고는 덜었다.

위험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돌 틈이나 수초에 숨어 자기방어를 하는 새끼들을 보면

사람이 자기방어에 가장 약한게 아닌가도 싶고

산란때가 되면 온갖 몸짓으로 사랑을 구하고 사랑을 하는 물고기 세상이 신기하고

사랑을 너무 해서 새끼가 넘쳐나면 이또한 어떻게 처리할지도 의문이다.

한때 이 수족관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거대한 수족관 하나쯤 거실에 있어줘야 폼도 나고 좋아보였다.

그런데 그 수족관 청소가 만만한게 아니고 물때 끼고 물비린내 나서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

대형 수족관을 둘 만 한 장소도 없는 집이기도 했지만

나처럼 게으른 여자는 그런 폼을 즐길 자격도 없었다.

구피는 크기가 작아서 대형수족관을 차리지 않아도

50.30센티 정도되는 우리집 어항에서 쉰마리 정도는 충분히 키울수 있을 것 같다,.

구피를 키우면서 평생 못 키울 것 같던 강아지를 키우는 언니 마음을 알겠고

평범한 우리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온갖 동물을 가족처럼 보살피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강아지를 못 만지므로 강아지 키우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우선 집에 있는 구피나 잘 키워 원하는 집에 분양도 하고

녀석들의 재롱잔치에 같이 놀아나봐야겠다.

아침 출근길에 남자 하는 말

'우리집에서 가장 신나는 놈은 너구나"

쉼없이 흔들어대는 꼬리짓이 신나보이기는 하다.

태어난지 두 달 된 구피와 이제 열흘 된 구피가 성어의 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꼬리짓하며 제 색깔을 찾아 헤엄치고 있는 작은 어항 속 풍경이

요즘 우리집 대화거리요 재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