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89

호떡 두 개


BY 모퉁이 2010-12-08

 

눈이 폴폴 내리다 그쳤다 다시 내리다

퇴근시간이 되니 질척하니 비가 내린 거리처럼 변해있었다.

잠깐은 좋았지만 많은 눈은 사양이다.

내일 아침 출근길이 걱정되거든.

시장을 지나는 동안 호떡 가게와 도너츠 가게를 지나쳐놓고는

천변길로 돌아가는 마지막 코너의 호떡집 앞에 왔을 때

먹은 마음도 없었는데 발길이 멈추어졌다.

호떡 리어카 앞에 선 두 여자 옆에 나도 서서

호떡두 개를 달라는 신호로 손가락 두 개를 보인 것이

그만 이천 원어치가 되어버려 호떡  네 개가 담긴 하얀 봉투를

엉겹결에 받아들고 말았다.

두 개만 달라고 말을 하면 될 것을 그것도 못하고 주는대로 받고 이천 원을 건냈다.

옆에 서 있던 두 여자는 베트남에서 온 사람이라는데

호떡을 종이컵에 넣어 맛있게 먹고 있는 젊은댁은 딸이고

그 옆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던 여인은 그의 엄마라고 했다.

딸은 우리말이 능숙한데 그의 엄마는 많이 서툴렀다.

딸을 만나러 먼 길을 오신 모양이었다.

엄마도 딸도 젊다.

한참 주머니를 뒤적이던 여인이 100 원짜리 동전 다섯 개를 찾아내어

호떡 번철 옆에다 놓았다.

호떡은 딸만 먹고 그의 엄마는 계산을 하는 것이었다.

딸과 호떡 아주머니의 대화를 들으니 엄마가 당뇨가 심하다는 내용이었다.

호떡이 구워지는 동안 잠깐의 시간에 동냥한 그들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호떡 네 개가 담긴 봉지를 들고 천변을 따라 걷는다.

도대체 이 호떡 네 개를 이 시간에 누가 다 먹지?

두 개까지는 내가 먹고 두 개는 우리집을 소개시켜준 부동산 사장님 사무실에 갖다 줄까?

빈 집에 날라온 택배를 잘 맡아주시는 경비실 아저씨께 드릴까.

천변을 걷는 동안 생각했던 것을

빨간 신호등은 나의 결정을 기다려주었지만 망설임이 길어졌고

막상 부동산 사무실 앞까지 와서는 사무실 창 너머 손님이 있다는 것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비실 앞까지 와서는 마침 택배를 찾아 나오는 이웃을 만나는 바람에

반쯤 가던 걸음을 되돌아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고 말았다.

호떡 봉지를 열어보니 이미 식어버린 호떡이

서로 납작하게 들러붙어 설탕물이 질질 흐를 직전이다.

한 입 베어보니 질긴감은 있었지만 출출하던 차에

그나마 땅콩이 씹히는 바람에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하나를 더 먹을 량으로 베어문 호떡은 이젠 밀가루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배가 불렀다는 게지.

남은 두 개는 임자를 만나지 못하고 더 납작해졌다.

아침에 나간 식구 중 누구라도 빨리 들어왔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두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조금은 멋적었겠지만 부동산 사무실에 내려주고 올 걸.

한참 요깃거리 생각날 시간인데 경비실에라도 내려놓을 걸.

남은 호떡 두 개는 제 맛도 잃고 임자도 잃고

진작에 옳은 주인을 만나지 못해 맛없는 호떡으로 점수만 깍였다.

주변머리도 없고, 넙죽넙죽 남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내 성격탓도 있겠지만

꼴랑 호떡 두 개 가지고 뭣이나 대단한 것 처럼 비춰질까 내심 움츠려들었나보다.

꾸역꾸역 먹어댄 호떡 두 개가 포만감 가득이다.

결국은 식을대로 식어버린 호떡은 내게 제일 만만하고 부담없는 남편 몫이 되었다.

따뜻했을 때, 마음이 동했을 때 나눴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텐데.....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