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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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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초 세 가닥


BY 모퉁이 2010-11-18

베란다 한 쪽이 화단구실을 하게 되어있는 공간이었다.

이것저것 심었던 화초가 마른 고춧대처럼 어지럽게 넘어져 있었다.

무슨 꽃이었는지, 풀이었는지 알 수 없는 마른가지를 대충 걷어내고

봄이 되면 꽃을 심던지 화분을 갖다놓던지 해야겠다고 미뤄놓았던 자리에

삐죽이 자주빛의 잎사귀가 구부러진채 올라오고 있었다.

나비모양 같기도 한 삼각형 모양의 잎사귀 세 개가 붙어있는데

해가 지면 서로 들러붙고 아침이면 활짝 피는 그 화초를

누구는 사랑초라 하고 누구는 또 부부초라 한단다.

마른가지를 걷어내면서 풀풀 마른흙을 그대로 방치했는데

그 속에서 새 잎이 악착같이 살아나온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사람이 있듯이

이렇듯 악조건에서도 살아나는 생명이 참 경의롭다.

빈 화분에 옮겨다 심어 볕 잘 드는 곳에 두었더니

손톱만하던 잎사귀가 제법 넙적하게 자랐다.

가느다란 줄기가 저 잎을 지탱해줄까 싶던 내 걱정을 깡그리 무너뜨리고

세 줄기가 제법 모양을 갖추어가고 있다.

새로운 화초가 창가에 있어도 우리집 식구 아무도 거기에 대해

운을 띄우는 사람이 없다.

원래 있던 물건인양 여기는 가족들이 사뭇 서운하다.

"이봐요..이게 말이지..저 화단 흙속에서 태어난 것이야.

참 모질고 질긴 생명력 같아.

이거 보면서 당신도 힘내고 가끔씩 물도 주고 눈도 맞추고 그래봐요."

그제서야 아하..신통한듯 이리보고 저리보고 화초이름을 묻는다.

밤이 되면 서로 붙는다고해서 부부초라고 하더라는 말에

더 호기심을 갖는다.

지금은 세 가닥으로 초라한 상태지만

기운뻗어 새끼 늘리어 화분 가득 자리잡아

꽃까지 피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