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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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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준비


BY 모퉁이 2010-09-24

이사날을 잡아놓고보니 이것저것 정리할 것들이 많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은 집정리를 했다.

아이들 책상과 침대를 정리해서 내다놓고

오래되고 묵은 책들을 정리하는데

깨알같은 활자의 누렇게 뜬 책들이 연식이 오래도 되었다.

책은 참 버리기가 안된다.

먼지만 탈탈 털어서 다시 묶어놓는다.

 

아이들 책상 중에 하나는

올해 스물일곱이 된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산 책상이니

올해로 꼭 스무해를 같이 한 골동품이다.

하얀색이었나 싶은데 내다놓고보니 연한 아이보리색이다.

요즘 책상은 세로로 길게 선 책장이 딸려있는데

그때만해도 책꽂이가 따로 책상 위에 놓여져있었다.

책꽂이 한켠에 초등학생 두 아이의 스티커사진이 붙어있고

여자아이 책상답게 몇 군데 예쁜 스티커들이 몇 장 더 붙어있다.

참 징글맞을만도 한 구식 책상을 내색않고 한 방에서 오래도 데리고 살았다.

책상 서랍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책상의 역사를 말해주고

누렇게 바랜 상장이며 쪽지편지함이 보물상자처럼 간직되어 있었다.

중고등학교 뺏지와 명찰을 보면서 그 시절을 회상하고

오래된 다이어리를 펼쳐보면서 떡볶이값을 계산해가며

추억과 역사를 함께한 물건들을 정리했다.

근래의 물건도 버릴건 버리고 오래된 물건이지만 간직할 건 따로 모았다.

선물받은 것이라며 애지중지하던 곰돌이는

마침 밖에서 놀던 위층의 꼬맹이한테로 넘어가고

묵은 먼지를 매단  침대와 책상이 자리를 비워내자

방이 갑자기 휑한 운동장같이 넓어졌다.

사람 눈이 간사하면서도 아둔해서

며칠만 지나면 이 휑한 공간도 익숙해져서 좁다고 또 불평이 생기지 싶다.

봄부터 미루던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가진 것에 맞춰 지금보다 조금 넓은 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었다.

한참 넓게 써야 될 시기에 좁은 집에서 부대끼게 했고

조금 더 지나면 아이들이 우리곁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그때가서 못해준 것에 후회하기 전에 결정을 짓기로 했다.

집 크기에 삶의 만족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작은집이라도 가족끼리 다툼없이 지내면 그것이 행복이다.

거기에 형편만 되면 좀 더 안락하게 지내는 것이 약간의 플러스가 된다고 본다.

결혼생활 27년만에 이제 일곱번째 이사를 하게 된다.

갈 때마다 버리고 갈 물건들이 생기고

버리고나면 또 사야 될 것들이 생기고

이렇게해서 살림도 바뀌고 정리도 되고

또 새로운 자리에서 적응하게 되겠지.

이주일 남짓 남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하루하루 빠르게 가는 것 같다.

꽃잎이 앙증맞은 모과나무와 ,하얀목련, 가지 비틀어진 대추나무도

이제 볼 수 없게 되는 내 안의 풍경들이다.

낮은 울타리 안에서 좋은 이웃들과 낯붉힘없이 지낸지 꼭 10년만에

한동안 또 어색한 인사를 나누게 될 이웃을 만나러 나간다.

시댁에서 가져왔다며 한움큼의 알밤과 늙은 호박 한 덩어리와

풋고추 한 봉지를  이웃집 아우에게 오늘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깍두기가 맛있게 익었을 때,

추어탕이 솥 안 가득 끓을 때,

풀떡풀떡 호박죽이맜있게 끓을 때,

아마도 생각날 이웃들이다.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놓치는 것 중에

자동이체 해놓은 공과금은 모두 해지를 시키고

오늘은 마지막으로 우유대리점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고 전화를 했다.

판촉선물을 미끼로 몇 개월만 먹어달라던 우유를

선물도 없이 몇 개월을 넘게 먹어왔음에도

오늘 해지신청을 했더니 다음의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끊어버린다.

혹시 배달이 가능하면 다음 주소지로 보내달라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말이다.

참 씁쓸하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매정하게 끊어버리나.

 

점점 이사준비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