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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동침의 변


BY 모퉁이 2010-07-06

이 남자의 개똥철학 중에 부부동침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싸우고 지지고 볶아도 잠만큼은 부부가 함께 자야 된다는 얄궂은 지론이다.

뒤꼭지도 쳐다보기 싫고 숨소리도 듣기 싫고 콧구멍에 털까지도 사자털 처럼

징그러워보일때는 우짜노.

요즘처럼 더운 날도 그렇지만, 당신이 술먹고 온 날은 정말 따로 자고 싶다고요.

내 다리에 걸리적거리는 것도 싫고, 푸푸거리는 소리하며

거기다 결정적으로다 당신 그 코고는 소리는 정말 싫거든?

다른건 몰라도 한사코 모르쇠로 버티는 것은 내가 그 결정적으로 싫어라 하는

코고는 것이라 내가 더 환장할 노릇이다.

자기는 절대로 코를 골지 않는다며 되려 나더러 코를 곤다고 덮어씌운다.

하....그래. 나도 가끔 코를 골긴 하지.

내 소리에 내가 놀라 깬 적이 있으니 그건 인정하는데 그래도 당신만큼은 아니다 뭐.

 

평소에는 코를 골지 않는 사람이 술이 한 잔 들어간 날이면 어김없이 코를 골아댄다.

남편도 나도 잠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 자는 편인지라

어떤 날은 천둥번개가 쳐도 모르고 자는 날도 있다.

그렇지만 남편이 코를 고는 날이면 쉽게 잠들지 못해 비비적거린다.

아이들 말이 코고는 아빠보다 같이 자는 엄마가 더 대단하단다.ㅎㅎ

 

어느 집은 남자가 술을 마시고 온 날은 자진해서 거실행이란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 서로 편하고 좋다는데

우리집은 어찌된 건지 죽으나사나 한 방을 고수하니 대략난감이다.

자는 틈에 내가 방을 이탈하는 사건도 만들어 보았는데

다음날이면 어째 시큰둥한 것이 서운타는 반응이다.

헐~맨날 만리장성을 쌓는 것도 아닌데 같이 자고 안 자고가 뭐 그리 대수라고..쯥쯥..

 

월요일부터 회식건이 생겼으니 어째 이번 주는 내내 술자리가 생길 조짐이 느껴진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잔다.

선잠이 들었던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실눈을 뜨고보니 날짜가 바뀌려는 찰라에

귀가보고를 한다. 츠암...하거나말거나 잠 달아나기 전에 다시 붙잡아야지.

'내가 오늘은 밖에서 잔다.코고는 소리 싫다 했제?'

코고는 소리 싫다는 소리 어디 어제 오늘 한 소리던가.

여태까지는 전주곡이었고 이제사 노래로 들렸던 모양일세.

이불  베개 들고 거실로 나간 남자.

아마 자진 거실행은 처음이지 싶다.

 

얼마나 잤나.

괜히 눈이 뜨인다.

옆에 남자가 없다.아직 안 왔나?

아..밖에서 잔다고 했지.

다시 눈을 감으려던 순간 갑자기 정신이 확 든다.

조용하다.너무 조용하다.

남자의 그 숨막히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너무나 조용하다.

살며시 나가서 남자 옆에 서본다.

아무 소리가 안 들린다.

뭔 일이래?
이제는 앉아서 얼굴 가까이 내 귀를 갖다대본다.

아무 소리가 안 들린다. 내뿜는 열기도 없다.

뭐야~나야 될 소리가 안 나잖아.

불을 켜봐야겠다고 일어서는데 가슴쪽에  이불이 가볍게 움직인다.

움직인거 맞나?

모았던 숨을 내쉬는지 푸~하고 작은 신음소리가 들린다.

휴~~몇 번을 더 듣고는 다시 내 자리로.

그렇게 뜨인 눈은 쉽게 덮어지지 않고 자꾸 남자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여전히 조용하다.

다시 나가서 숨소리를 확인한다.

들숨날숨 규칙적인 소리가 약간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옆에 재울 걸.

하룻밤 따로 재우고 긴밤 지새울뻔 했네.

부부동침을 고집하는 남자말을 들어줘야 될 이유가 여기 있었나.

코고는 소리도 그리울 때가 다 있네.

그나저나 오늘도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