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매실청을 시장품 팔지 않고 쉽게 담았다.
친구네 밭 매실나무에 매실이 주렁주렁 달렸다고
작년에는 매실액을 보내더니
올해는 봄에 냉해 때문에 과실이 많이 떨어지더니
남은 과실은 알이 더 굵어졌다며 매실을 보낼테니 직접 담으란다.
마침 출근하는 날이어서 밤 늦게 담기는 했지만
살군지 매실인지 분간을 못하는 나로서는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 더 좋았다.
매실을 설탕에 재워놓고 일주일 뒤 한번 뒤집어 주면서
남겨놓은 설탕을 한번 더 덮어놓았다가 일주일 뒤 다시 한번 뒤집어주면
발효가 잘 되고 설탕이 가라앉지 않아서 좋다고 일러주어 그대로 했다.
마침 엄마가 쓰던 항아리 몇 개가 있어서 이럴 때 아주 좋다.
매번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
간장, 된장,고추장에 멸치젓까지 보내주어 친정엄마 몫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 보낼 일이 있으면 착불로 보내라는 말 밖에 할 수 있는 답례가 없다.
어느새 탱탱하던 매실이 쪼글쪼글해졌다.
추석 무렵이면 맛있게 숙성될 것이다.
아르바이트비가 입금되었다는문자가 왔다.
허허..그래.
친구는 한국무용을 하고 창을 하지만 얼굴도 고전적이어서
쪽진 머리가 어울리고 한복이 잘 어울린다.
인사동에 가면 그녀에게 어울릴만한 무엇이 있을 것 같아 나섰다.
순수한복에서 벗어나 개량한복이 생활속에 깊게 들어와 있음을
그곳에 가면 느끼게 된다.
사실 한복이 생활복으로는 불편하다.
그것을 감안하여 새롭게 변한 것이 생활한복인데
여름철에 맞게 인견이나 모시로 된 옷을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모시는 멋있고 좋기는 한데 값이 비싸다.
내 형편에 맞게 고르자.
인견으로 개량된 옷도 멋있고 예쁜 게 많았다.
외출복으로도 충분하겠고, 공연갈 때 입어도 손색없을 것 같아서
바지와 저고리를 하나씩 골랐다.
말이 저고리지 브라우스 같이 색깔도 곱고 멋스러웠다.
깜짝쇼(?)를 저질렀다.
매장에서 바로 택배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들어주었고
받아든 친구가 놀란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주저없이 되보내라고
억지로 입지말고 갈등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치수도 잘 맞고 색깔도 마음에 든다고 해서 다행이다.
채소나부랭이 좀 얻어먹고 손해보는 장사 아니냐며 웃어댄다.
친구가 그랬다.
농사 지을 때에는 아무도 주고 싶은 마음 없을 정도로 힘든다고.
그러나 수확을 하고 나면 나누고 싶은 마음에 달뜨고
보내고 난 뒤의 마음은 행복하다고,,
그래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고 주는 것이라 했나보다고,,
그야말로 깨알같은 깨를 얼만큼 털어야 한 되가 될까.
내 몫이라며 따로 챙겨주고
고추따기는 또 얼마나 덥고 힘들고 지치던가.
첫물 따서 빻았다며 보내고
콩밭에 잡초는 얼마나 빨리 자라고 번지던가.
여자들은 콩을 많이 먹어야 된다며 담아주고.
채소 몇 가지 된장 고추장을 얻어 먹어서가 아니라도
나는 그 친구에게 받기보다 줘야 될 게 많은데 자꾸 빚이 늘어간다.
어릴적에도 그랬지만 늘 마음씀이가 친구라기보다 엄마나 언니같다.
어른과 한 집에 살아서 그런지 말로도 그렇지만 행동으로도 어른같다.
부지런하기도 하지만 지혜로워서 살림도 딱부러진다.
이래저래 배울점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받는 즐거움이 있나하면 주는 기쁨도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가르쳐준
내 친구를 마음껏 자랑하고 싶다.
나도 오늘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