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닷컴을 알게된 지 벌써 7~8년은 된 것 같다.
처음엔 올라온 글만 읽다가 나름 큰맘먹고 두서없이 써내린 글에
첫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설리님이시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술 푸게 한다는 어느 개그이야기가
송구하게시리 처음 댓글 달아주신 분의 이름은 기억을 한다.
당시에는 글방이 세분화 되어있어서 옛날이야기 콩트쓰는방이 따로 있었다.
작가방이 있긴 했어도 내겐 너무 큰벽같아서 감히 그곳을 넘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에세이방에 짧은 글을 올리기도 하고 옛날 기억을 더듬을 때는
옛날이야기방에 글을 몇 편 적었는데
어느날인가 그 방들이 모두 통폐합 되어 지금은 에세이방이
다용도방으로 쓰이는 것 같다.
언젠가 작가방이란 곳을 들여다보다가
겁도없이 덜컥 내 방을 하나 신청해버렸다.
에세이방도 좋지만 작가방은 나처럼 내성적인 성격은 제격이다 싶었다.
글을 모아놓기도 좋았고, 혼자 옛날 글 찾아읽기도 좋았다.
에세이방에 올린 글을 작가방에 따로 모으다가
옛날이야기방에 올린 글과 콩트방에 올린 몇 편을 작가방으로 옮겨놓았다.
해서 에세이방과 중복된 글이 더러 있다.
작가방에 올려진 글 제목을 죽 훑어보았다.
제목을 참 못 짓는다는 생각이 가득이다.
단순히 제목만으로 무슨 글인가 짐작가는 글도 있지만
당최 감이 안 잡히는 글도 있다. 글을 못쓴다는 증거다.
다시 읽어보면 스믈거리고 화끈거리는 글도 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기록인만큼 내겐 소중한 글들이다.
가스불에 올려놓은 군고구마 익는 냄새가 달콤해서 두껑을 열어보니
냄새만큼 잘 익었다.
하나를 갈라 호호 불어 베어먹다가 갑자기
언젠가 '고구마 빼때기'에 대해 적어본 글이 생각나서 그 글을 찾아보았다.
아...제목이 분명 '고구마 빼때기를 아시나요?"뭐 이랬던 것 같은데
그런 글이 없다. 비 오는 날의 내 검정장화에 대해 적었던 글도 없다.
내가 없앴나. 아님 착각인가.
처음에는 작가방에 쭉 옮겨놓을 때 하루에 몇 건씩 올려지는 글이 참 어수선했는데
지금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글이란 고쳐쓰기가 더 어렵고, 쓰다만 글을 마무리 하기가 어렵다.
그때 그 감정을 그대로 찾기가 어디 쉬운가.
해서 내가 지운 글이라면 많이 아쉽다.
언제부턴가 에세이방 출입이 쭈삣거려지고
작가방이 내 작은 공부방처럼 편안하고 좋다.
넓지도 않은 공간에 작은 책상 하나 있고
머리맡에 스텐드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고 소원하던 공부방을 가진 느낌이랄까.
자주 찾지 못해서 먼지 앉은 방이지만
오늘처럼 시간이 허락하는 날이면 불현듯 찾아와 먼지도 날리고
혼잣말을 늘어놓을 수 있는 공간 하나 있어 행운이다.
누구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기보다
평범한 일상의 한 줄을 남겨놓는 것에 불과하다보니
내용도 충실치 못하고 허접한 잡글에 지나지 않지만
세월 몇 년 더 흐른 뒤 내 나이를 되돌려볼 때
이런저런 기억으로 웃을 날 있지 않을까.
나의 작가방은 빈 방으로 있는 날이 더 많겠지만
작고 가벼운 일상으로나마 오래토록 내 방으로 갖고 싶은 욕심은 있다.^^
추)고구마 빼때기는 찌거나 생고구마를 썰어서 볕에 꾸들꾸들 말린 것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