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엄마~! 구두방 할아버지 어디 가셨는지 알어?"
동네 마당발인 그녀도 모르게 구두방 할아버지 가게가 문을 닫았단다.
"열쇠는 앞집 지물포점에서 하기로 했다는데 구두굽은 어디서 갈지?"
나는 구두방 할아버지 가게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신변에 이상이 생겼나 궁금하기 전에
이제 구두굽은 어디서 고치나..하는 생각이 먼저 듦은
나나 그녀나 마찬가지였나.
맡겨놓은 구두를 찾으러 갔다가 허탕을 친 어느 날
문 밖에 쓰여진 할아버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니
어디선가 걸죽히 막걸리를 드시는지 약간 기분좋은 소리로
"거..구두는 가져가시고 돈은 내 방석 밑에 두고 가유~"
그렇게 믿고 지내던 할아버지였는데
그 할아버지가 이제 일을 놓으셨단다.
[열쇠복사 구두수선]이란 이름은 그대로 둔 채 가게 문은 닫혀있고
그 옆 슈퍼집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로 쓰는지
흐미한 유리벽으로 화장지 무더기가 높게도 쌓여있었다.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 현관문이 자동키라서 따로 열쇠가 필요없다만
우리집은 아직도 아날로그식 열쇠를 쓰기 때문에 제각기 열쇠가 있다.
그러다보니 가끔 분실하는 경우가 생기곤 해서
할아버지가 계셔서 쉽게 열쇠를 복사하곤 했는데
이젠 할아버지 대신 지물포 사장님이 대신 하게 생겼다.
나가는 길에 맡겨놓았다가 들어오며 찾아오고
간단한 수선은 덤으로 해주시던 할아버지가 안 계시어
앞으로 구두굽을 바꿀때면 마음먹고 백화점으로 가던가
시간 내어 수선집을 찾아 나서야 될 판이다.
지난번 딸아이 구두굽을 고치러 갔다가
내 신발까지 손 봐주시던 할아버지가 고마워서
콩우유 한 병 사다드린게 마지막 인사가 되어버린 구둣방 할아버지.
항상 코시린 사람처럼 빨간코를 하고 계시던 할아버지.
오래된 듯 낡은 휴대폰 집을 허리띠에 걸고 계시던 할아버지.
뭉툭한 손끝에 검은 얼룩은 그간의 할아버지 이력이실테지요.
할아버지께서 고쳐주신 구두는 아직 멀쩡한데
할아버지는 이제 동네에 안 계시네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