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내 맘에 드는 구석이 한 군데도 없는 딸년과 남편의 아침이다.
며칠 전에는 내가 목구멍이 칼칼한 게 이상해서
평소같으면 그만한 일로 갈 일도 아닌 병원을 다녀오고
한 사흘 몸조리(?)를 했더니 슬그머니 떨어진 감기를 앓았다.
요즘 하도 요상한 뉴스가 많은 터라 내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문고리마다 세정제로 소독을 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던 며칠이었다.
잠잠하던 집 안에 큰딸의 기침소리가 컹컹 들리기 시작했다.
어째 기침소리가 심상치가 않아 머리를 짚어보고 기침소리에 신경을 쏟았다.
열은 없고 콧물이 좀 나오고 기침이 가끔 나온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딸.
직장 일로 병원 갈 시간이 나지 않는다길래 생강 대추를 넣어 끓인 물을
보온병에 담아 보내고 먹여 보내고 마스크를 준비하고
내 딴에는 해 줄 수 있는 성의를 다 보였다.
뭐 에미가 되어서 그 정도도 못하냐고 하겠지만
문제는 딸년의 다음 행동이다.
생강물이 뜨겁네 마네. 맛이 있네 없네. 마스크가 답답하네.
입을 콱 쥐어박고 싶어진다.
감기를 달고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출근하는 딸에게 잔소리를 달아놓는다.
목도리 해라. 마스크 해라. 장갑 껴라.
유치원 가는 애도 아니고 저가 알아서 다 할 일을 매번 되풀이 하는 나도 지겹다.
알아서 한다고 하는데도 세상이 뒤숭숭한지라 잔소리를 하게 되는 걸 우짜노.
아침에 나가는 딸년,
목이 휑하게 보이는 옷을 입고 나선다.
어제보다 더 춥다는데 우웅~목도리를 했으면 좋겠다.
기침이나 안하면 말을 않지.
'멋 부리다 얼어죽을라' 하던 엄마 말이 딱 생각난다.
딸이 딱 그짝이다.
'내 앞에서 기침소리 내기만 해봐라.
담아놓은 생강차는 그래도 가져갔네.'
뒤통수에 대고 구시렁을 한 바가지 쏟아부었다.
비슷한 시간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
퇴근 후 운동을 하고 갈아 입을 옷을 챙겨가는데
우웅~~가방을 엇다 뒀노.
생각해 보니 엊저녁에 가져오지 않은 것 같다.
회사에 두고 온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한다.
가방이야 회사에 있을 터이니 저녁에 챙겨오면 될 일이고
챙겨 갈 속옷을 다른 가방에 담아 줄까고 챙기고 있는데
아~이 남자 글쎄, 속옷을 코트 주머니에 꾸겨 넣는다.
차만 타면 된다며 귀찮다며 머리를 흔든다.
그러게, 차만 타면 되는데 내가 챙겨준다는데
코트주머니에 억지로 쑤셔 넣을 게 뭐람.
말이나 안하면 덜 밉지.
"보이나?"
허연 속옷이 눈에 띄어야만 보이는 것인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은 보이는 게 아닌겨?
기껏 챙겨 입혔더니 주머니에 속옷이나 집어 넣어 불룩하게
스타일 다 버려놓는 게 뭐 잘 하는 짓이여?
자기 편한 것만 생각했지, 마누라 정성은 개뿔도 아닌겨?
남이 보면 마누라가 얼마나 띨띨해 보이겠노 말이다.
뿌루퉁해 있는 내 사정은 무시하고
어제와 똑같은 출근 인사가 오늘은 능글맞기도 하다.
나가는 뒤꼭지에 대고 한 마디 했다.
"어째 다들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