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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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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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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돈 돈


BY 모퉁이 2009-07-22

 

전화가 왔다.

흣흣...금자씨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전화 했나보다.

 

달랑 네 식구가 뿔뿔히 흩어져

주말이면  남편이 오거나 혹은 여자가 가거나

객지에서 직장 다니는 딸은 휴일에도 바쁘다며 잘 오지 않고

제대한 아들은 복학 하자 또 학교 근처로 나가고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빈 집에 혼자 밥술을 뜨고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 일주일을 기다려 남편을 만나고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며 팔자타령을 한다.

 

일찌기 고향 떠나 객지밥을 먹었다는 여자.

시어머니감의 눈에 들어 선 보고 한 달만에 전격 결혼한 여자.

직업군인인 남편을 만나 이삿짐이 자리도 잡기전에

또다시 이삿짐을 싸는 세월을 보내다가

한 가족이 한 집에 좀 사는가 싶더니

아들 딸 대학가고 군대다녀오는 사이

남편이 또 전출하는 사태가 벌어져

같은 하늘아래 이산가족인 채로 살아가는 여자.

올해 스물 셋이 된 아들 세 살 먹이고부터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놓아보지 못한 여자.

일에 묻혀 쉰을 먹어 버린 여자.

어느날 뒤돌아보니 남은 것은 축 쳐진 뱃살에

허허로운 가슴 뿐이더란다.

평생 일을 했으면 남들 다 가진 집이라도 번듯하게 있던가,

그렇게 알뜰하게 살았으니 통장이라도 넉넉하던가,

내가 뭘 잘못했길래

사치 하지 않고   낭비하지 않은 죄 치고는 벌이 무겁단다.

 

푼푼히 모은 돈으로 생애 처음으로 마련한 집은

남편의 갑작스런 전출로 전세 주고 전세로 갔으니

내 집 두고 세를 살아야 했고

집값은 떨어지고 전세값은 오르고

결국 집 팔아서 다시 전세살이 하고 보니 집 값 오르고.

어찌어찌 목돈 좀 생긴다 싶으면

무슨 냄새라도 맡았는지 여기저기서 손 내밀고

이 앙다물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머리보다 몸으로 부대끼는 일에 덤벼들어

작은 몸이 더 작아지도록 일을 해서

돈보다 금이 낫겠다 싶어 금 한 돈 두 돈 사서 모았는데

온 천지 펀드에 주식이 부자 만들어 주는듯 해서

금을 팔고 펀드에 넣어두었더니

금값이 하늘빌딩을 짓고 펀드가 쪽박을 차더란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말이란다.

어느날 이웃과 산책에 나섰는데

한참 나이 차이 나는 아우가 글쎄,

사 놓은 땅값이 올라 몇 억의 이익을 봤다는 복장 뒤집는 소리를 해서

다리 힘이 풀리더란다.

누군 팔자좋게 놀고 먹으면서도 몇 억의 뻥튀기를 하는데

누군 죽자고 일을 하는데도 몇 억은 고사하고 원금도 까먹고 있냐며

팔자타령 2절을 불러댄다.

탈모에 좋다하더라며 검정콩을 볶아 달라는 남편의 말에

더위에 불 앞에 서서 콩을 볶던 이 여자는

가스 불을 줄이고 아예 식탁앞에 앉아

그녀의 팔자타령을 한숨 찔끔찔끔 섞어주며 들어주었다.

 

나 또한 그녀랑 뭐가 다르노.

투기든 투자든 '투'자 들어가는 것이라고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예금이 최고라는 믿음으로 살았고

펀드니 주식은 돈 있는 사람들이 여윳돈으로 하는 줄만 알았지.

증권사 객장에 나가 앉은 사람은 뒤꼭지도 부티나게 보이더라길래

이제 걸음 막 걷는 딸 아이 등에 업고

막 개장한 증권사 객장에 몇 번 따라 갔다가

재형저축 탄 돈 몽땅 들어 부었더니

내가 산 주식은 그날 이후 한번도 오르지 못하고

내가 반토막에서 팔고 난 후 결국 깡통이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그때 이후 주식은 치를 떨었고(사실 경제 공부가 부족했던 탓이 컸을 테다.)

오로지 예금에 안주하는 내가 참 늘푼성 없어 보이긴 했다.

적금 타서 정기예금 넣고 만기되면 이자 몇 푼에 히죽이 웃고

그래봤자 잘 튀긴 주식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에 피.

남따라 펀드라는 것을 했더니

한참 주가가 오를 때 수익률이 70%까지 올랐지만

그때가 환매 적기라는 것을 알았다면..

조금 더 조금 더...욕심이 화를 불렀나

아래로 아래로 추락한 경제지표는 마이너스로 만들어 주더라 뭐.

 

안 되는 여자 여기 또 있으니 나 보면서 웃어요.

돈 돈 돈 하다가 돌아버릴라.하하하...

 

아무 도움도 안되는 시답잖은 소리로 마무리 짓기엔 무심해 보이지만

뭐 어쩌겠노. 돈이 나를 사양하는데..

우리의 삶이 돈에 휘둘리며 사는 세상이니 돈을 버릴수는 없지만

억지로 거둬지지 않는 것이 또 돈인 것 같다.

돌고 돌아 돈이라 하던데 돌고 돌아 갈 곳 없는 돈 어데 없나.

뭐라? 그런 돈은 눈 먼 돈이라고라?

날씨도 더운데 그냥 웃자.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