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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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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난


BY 모퉁이 2009-06-26

언제였나. 근 한 달은 되었나.

저녁을 물린 딸이 느닷없이 스위스로 콘서트를 보러 갈거란다.

작년에 며칠 돌아다니다 온 후 미련을 많이 갖기는 했지만

일 년만에 또 가겠다는 소리에 뜨끔...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지가 모아둔 돈으로 갈라나..

나한테 손을 벌릴라나..

밥숟갈을 든 채,

"언제 갈 건데?"

6월 몇 날이라 했던 것 같은데 돈 생각 하느라 날짜는 무시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남편이

"스위스로 콘서트 보러 간다고? 누구 콘서튼데?"

"스위스로 콘서트 보러 간다고.."

"그렁께 스위스까지 콘서트를 보러 간다고?"

"아니..스위스로 콘서트.."

이게 무슨 소리여?

"엄마는 스위스로 몰라?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부르는 가순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후렴구 같은 이 부분은 어디서 듣던 가사에 멜로디다.

내용인즉슨,'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을 부른

[스윗 소로우 ]라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간다는 것이었다.

스윗 소로우를 스위스로 듣고는

스위스 소리에 돈 계산부터 해대는 엄마 속을 알았다면 우리 딸 뭐라 했을까.

뭐 다 내 잘못만은 아니다 뭐.

요즘 노래 제목이나 가수 이름만 들으면

그게 어디 한국 노래 한국 가수여?

랩은 그렇다치고 가사나 가수 이름이 어디 정신 사나와서 외우기나 하겠나.

내 정서에 맞지 않다고 내칠수만은 없겠지만

10년이고 20년이 지난 후에도 읊조릴수 있는 노래가

과연 이 시대에 몇 곡이나 될까 싶은 것은 나의 모자란 생각일까.

 

H.O.T, 젝스키스,

매번 헷갈리는 멤버들 얼굴로 티비로 볼 때마다 묻곤 했는데

요즘은 너댓명도 모자라 열 명이 넘는 멤버로 구성된 팀을 보자니

60명이 넘는 반친구들 번호와 이름을 외우던 총기를

다 동원해도 이제는 안된다.

아이들과 대화라도 섞으려면 요즘의 풍속도도 알아야 되고

최신곡 한두 곡은 할 줄 알아야 된다는데

눈만 날로 침침해지는가 싶더니

귀도 침침해져 엉뚱하게 들리고

머리는 날로 쇠퇴해져 금방 듣고도 잊어버리고

어제 가르쳐줘도 오늘 또 묻는다.

 

아침에 나가는 딸에게 오늘 늦냐고 묻는다.-이건 맨날 묻는 말이다.ㅎㅎ-

"오늘 스위스로 콘서트 보고 좀 늦을 거야."

아..그 날이 오늘인가보다.

스윗 소로우.

가수 이름이라고 그렇게 들어놓고도 또 스위스로 듣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스윗 소로우 보다 스위스로 기억할 것 같다.

 

쏘리쏘리 미쳐미쳐~~

이 노래는 슈퍼주니어의 요즘 노래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