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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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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말 할 내가 아니로세만


BY 모퉁이 2009-06-25

 며칠 전에 출근을 하는데 내 앞에 오는 청년의 목이 한쪽으로 비뚤어져 보였다.

보아하니 대학생은 아닌 것 같고 새내기 사원인 듯,

머리도 차림새도 단정해 보였다.

마주오는 걸음이 가까워져서야, 아~~셔츠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하나씩 어긋난 단추로 인해 잘 생긴 청년의 목이 비뚤어져 보였던 것이다.

마침 스치는 걸음이라  살짜기 "저기요~단추가 잘 못 채워졌어요."

분홍빛 셔츠에 반해 청년의 얼굴빛은 붉어졌다.

미안케 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었는데 청년의 붉어진 얼굴 때문에 내가 더 미안했다.

 

집 뒤로 나 있는 산책로는 아담해서 노약자도 걷기가 완만하다.

요즘 들어 부쩍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날도 혼자 털털 걷고 있는데

앞에 어느 노부부가 다정하게 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신세대들처럼 이어폰을 꽂고

하얀 장갑을 낀 할머니의 뒤태가 고와 보였다.

내 걸음이 빨라 할머니 뒤를 바짝 다가섰을 때.

아~할머니 머리에 파란색 세팅기가 보였다.

일부러 꽂은 것은 아닐테고

몽실몽실 예쁜 웨이브로 보아하니

정성들여 마른 머리 세팅기  하나를 놓치신 모양이다.

"저기요~머리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 손은 머리 뒤를 더듬이시고

할아버지는 뭔 일이냐는 듯 나를 쳐다보신다.

할머니와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서로 빙그레 웃고는

나 먼저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걸었다.

 

오늘 아침에는 일찍 집을 나설 일이 있었다.

시간을 두고 나온 터라 30분 거리를 걷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에 서 계시는 중년의 남자.

양말이 바지 뒷단을 집어 먹었다.

회색 양복바지에 같은 색 줄무늬 양말이 뒤를 말아먹은 채

짝짝이 다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번에는 말 하기가 쑥스럽다.

여러 사람들이 서 있었고

아줌마도 아니고 아저씨라 더 그렇다.

말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는 찰라에 버스는 왔고 나는 그 길을 지나쳤다.

잘 차려 입었던데 양말 마무리가 스타일을 구겨버렸다.

 

참,,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야말로 스타킹이 바지 다리를 잡아 먹은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긴 바지였고 슬쩍 먹힌 상태긴 했지만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다녔다는 것에 한참 우울했다.

 

바지 지퍼도 조심해야 되고

뒤로 잠그는 원피스 지퍼나 단추도 그렇고

치마 입고 화장실 다녀와서는 필히 마무리 잘 해야 되고

내 의사에 동의하지 않은 채 흘리는 실수가 더러 있다.

누구는 화장 마무리 하다 전화를 받는 바람에

립스틱을 윗입술 하나만 바르고 나갔다던가.

깜빡 잊고 내지른 실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실수로 인한 황당한 일들

남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