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출근을 하는데 내 앞에 오는 청년의 목이 한쪽으로 비뚤어져 보였다.
보아하니 대학생은 아닌 것 같고 새내기 사원인 듯,
머리도 차림새도 단정해 보였다.
마주오는 걸음이 가까워져서야, 아~~셔츠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하나씩 어긋난 단추로 인해 잘 생긴 청년의 목이 비뚤어져 보였던 것이다.
마침 스치는 걸음이라 살짜기 "저기요~단추가 잘 못 채워졌어요."
분홍빛 셔츠에 반해 청년의 얼굴빛은 붉어졌다.
미안케 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었는데 청년의 붉어진 얼굴 때문에 내가 더 미안했다.
집 뒤로 나 있는 산책로는 아담해서 노약자도 걷기가 완만하다.
요즘 들어 부쩍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날도 혼자 털털 걷고 있는데
앞에 어느 노부부가 다정하게 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신세대들처럼 이어폰을 꽂고
하얀 장갑을 낀 할머니의 뒤태가 고와 보였다.
내 걸음이 빨라 할머니 뒤를 바짝 다가섰을 때.
아~할머니 머리에 파란색 세팅기가 보였다.
일부러 꽂은 것은 아닐테고
몽실몽실 예쁜 웨이브로 보아하니
정성들여 마른 머리 세팅기 하나를 놓치신 모양이다.
"저기요~머리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 손은 머리 뒤를 더듬이시고
할아버지는 뭔 일이냐는 듯 나를 쳐다보신다.
할머니와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서로 빙그레 웃고는
나 먼저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걸었다.
오늘 아침에는 일찍 집을 나설 일이 있었다.
시간을 두고 나온 터라 30분 거리를 걷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에 서 계시는 중년의 남자.
양말이 바지 뒷단을 집어 먹었다.
회색 양복바지에 같은 색 줄무늬 양말이 뒤를 말아먹은 채
짝짝이 다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번에는 말 하기가 쑥스럽다.
여러 사람들이 서 있었고
아줌마도 아니고 아저씨라 더 그렇다.
말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는 찰라에 버스는 왔고 나는 그 길을 지나쳤다.
잘 차려 입었던데 양말 마무리가 스타일을 구겨버렸다.
참,,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야말로 스타킹이 바지 다리를 잡아 먹은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긴 바지였고 슬쩍 먹힌 상태긴 했지만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다녔다는 것에 한참 우울했다.
바지 지퍼도 조심해야 되고
뒤로 잠그는 원피스 지퍼나 단추도 그렇고
치마 입고 화장실 다녀와서는 필히 마무리 잘 해야 되고
내 의사에 동의하지 않은 채 흘리는 실수가 더러 있다.
누구는 화장 마무리 하다 전화를 받는 바람에
립스틱을 윗입술 하나만 바르고 나갔다던가.
깜빡 잊고 내지른 실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실수로 인한 황당한 일들
남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