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졸졸 온다.
빗소리에 가장 가깝다는 부침개 부치는 소리를 내 봐?
그러나 정작 부침개에 필요한 재료가 부족하다.
우유가 밀려있고, 계란도 있고, 밀가루는 아슬하지만 괜찮을 양이고
설탕은 매실 담그고 남은 거 있고,됐다. 빵을 만들자.
1,2,3,4 용법을 쓴다.
우유 한 컵, 설탕 두 컵, 밀가루 세 컵, 계란 네 개.
여기서 설탕은 감량이 가능하고, 계란도 하나 더 추가해도 된다.
계란은 황백으로 나눠 흰자는 엎어도 쏟아지지 않을 때까지 거품을 내고
노른자는 설탕과 섞어 걸죽하게 되면
우유 한 컵을 섞어 묽게 했다가 밀가루를 체에 쳐서 반죽을 한다.
여기에 흰자 거품낸 것을 합쳐서
후라이팬에 올려 약한 불에서 15분 정도 두면 고소한 빵냄새가 난다.
이때 한번 뒤집어 주는 것이 관건이긴 하다.
잘 익으면 뒤집기가 쉽다.
참,,후라이팬은 예열하지 않아도 되며
식용유는 슬쩍 바르는 정도로 닦아준다.
30분 안에 뚝딱 해낼 수 있는 내가 만드는 빵 만들기 방법이다.
몇 년째 이 방법으로 빵을 만들어 주는 내게
딸아이,제발 하고 오븐기 하나 사란다.
글쎄, 그 오븐기로 내가 할 수 있는 요리가 얼마나 될까 싶은디?
-오븐기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다양하다는 것은 아는데
내가 오븐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주부 경력 치고는 요리실력이 없다.
26년 째 밥상 메뉴가 헌날 거기서 거기다.
갈수록 밥상이 더 초라해지고 있다.
남편과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장 보는 횟수도 뜸해지고, 해 놓은 음식도 버려지는 날이 많고,
차라리 사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요리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치고는 좀 치사하긴 하지만
반찬이 옹색한 날이면 이 치사한 이유를 가끔 써먹기도 한다.-
18년째 쓰고 있는 가스렌지는 아직도 멀쩡하고
가운데 빨간표시가 되어있는 후라이팬이 값을 치른만큼 몫을 하는 듯해
나름 오븐기 없이도 빵은 맛있게 구워졌다.
뒤집기도 성공했고, 노릇노릇 색깔도 잘 나왔다.
빵을 만들고도 남은 우유 한잔과 사선으로 비스듬히 자른 빵 두 조각을 먹으니
점심 한 끼는 해결 되었다.
딸들이 결혼하고 손자들이 놀러오면 그때도 이렇게 빵을 만들어 줄까.
그때는 실수로라도 혹시 뒤집다가 실패할 지도 모르는데
이참저참 이번에 오븐기 하나 구입할까.
요즘은 전자렌지 크기의 실용적인 오븐도 많다던데
몇 년만에 주방살림 하나 추가해 볼까.
혹시 또 알아?
오븐 요리에 심취해 음식 만드는 일로 심신이 바빠질지...ㅎㅎㅎ
아마도 그런 일이 있을 것이란 의심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고
오븐기 샀다고 후라이팬을 배신하는 일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자꾸 눈은 오븐기 둘 자리를 찾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