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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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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네


BY 모퉁이 2009-05-21

보자기로 포장하는 법을 따라 해봤다.

사각화장지 통을 분홍색 보자기로 쌌다.

인삼상회에서  준 보자기였나보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인삼 한 뿌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건 아니네.

보자기라고 아무 보자기가 다 모양 나는 게 아니네.

 

 

냉장고를 뒤집어 정리했다.

먹다 남은 채소류 다 썰어넣고 잡채를 했다.

이건 아니네.

아무 채소나 채썰어 넣는다고 잡채 모양 나는 게 아니네.

보라색 양배추는 내 눈에 띄지 말아야 했었다.

보라티티가 아닌 거무티티하게 멍든 색이 입맛까지 멍들였다.

 

팔리지 않은 잡채를 어떻게든 먹어 치워야 했다.

잡채를 넣고 만든 튀김이 생각나서

튀김 대신 말이를 하기로 했다.

계란을 풀어 잡채를 넣고 은근한 불에 구워 돌돌 말아봤다.

이건 아니네.

가무티티한 당면이 툭 튀어나온 핏줄처럼 징그럽네.

아무나 퓨전 요리 하는 게 아니었다.

괜히 계란만 없앴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관두기로 했다.

지난 밤에 입고 있던 파자마를 입은 채 빈둥대고 있었다.

얼굴도 누리끼리하다.

누가 올까 겁난다.

딩동~

아뿔싸! 누군가 벨을 누른다.

택배 아저씨다.

이건 아니네.

이 모양으로는 아저씨 맞을 형편이 못 되네.

우리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했다.

누군가 부르면 바로 나갈 수 있는 모습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택배 아저씨 볼 면목 정도는 되어야지.

이건 정말 아니네.